
상위권 대학을 졸업한 김지은(26)씨는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탈락 통보’ 메일을 받는다. 수시, 정시보다 더 복잡한 자소서와 인적성, AI 면접을 넘겨도, 최종 면접 문턱은 너무 높다. “차라리 다시 수능을 보는 게 낫겠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18일 진학사 캐치가 Z세대 취준생 198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무려 83%가 ‘취업이 대입보다 더 어렵다’고 답했다. 특히 응답자 80%는 인서울 이상 상위권 대학 출신이었다. 학벌이 ‘프리패스’였던 시절은 이미 오래전에 끝난 셈이다.
하지만 더 무거운 건 '시간'이다. 응답자의 69%가 “1년 이상 장기 구직을 각오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두 달 백수가 아닌 최소 ‘1년짜리 싸움’이라는 말이다. 실제로 문과 전공자의 31%는 “2년 이상도 가능하다”고 답했다. 한 번의 ‘탈락’이 아니라 ‘장기전’을 전제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긴 싸움의 이유는 뭘까. 구직자들은 74%가 “내 잘못이 아니라 외부 요인 때문”이라고 느끼고 있었다. 채용 공고 자체가 줄었고 경기침체로 기업들도 문을 닫거나 채용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취업이 힘든 이유’로는 △취업 장기화(52%) △경기침체(14%) △경제적 부담감(12%) △사회적 압박(7%) 등이 꼽혔다. ‘스펙이 부족해서’란 응답은 4%에 불과했다.
진학사 캐치 김정현 본부장은 “요즘은 능력이 있어도 채용 자체가 없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며 “취업 장기화가 기본값이 되면서 중간에 쉬는 청년들도 늘어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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