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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위기 넘긴 자립청년, 무료 흉터 치료 받으며 상처 잊고 ‘도배사’ 꿈 이루려 구슬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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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4-18 10:29:09 수정 : 2025-04-18 10:2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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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사고 후 좌절하던 자립청년이 병원의 경제적 지원으로 상처를 잊고 도배사의 꿈을 향해 나아가게 됐다.

 

20대 여성 주 모씨는 어린 시절 동네 작은 병원 옆 계단에서 발견되어 보육원에서 자랐다. 만 18세가 되자 보육원 보호가 종료됐고, 그는 홀로서기를 시작하며 배달업과 요식업 등 생계를 꾸려나갔다. 그러던 중 2019년 큰 교통사고를 겪게 됐다. 지역병원에서 사망선고를 준비할 만큼 위중한 상황이었다. 여러차례 큰 수술을 겪은 후 다행히 중환자실에서 의식을 되찾았다. 그러나 의지할 곳이 없는 자립 청년에게 사회적, 경제적 문제는 큰 벽이었다. 병원비가 부담이 된 그는 위급한 치료만 받고 급히 퇴원했다. 

 

서울성모병원 성형외과 최종윤 교수가 흉터 치료 지원사업에 선정된 주 모씨의 흉터제거 치료를 위한 외래진료를 하고 있다.

이후에도 생계활동 중 4번의 크고 작은 사고를 겪으면서 그의 건강은 급속도로 나빠졌고, 경제활동도 어려워졌다.

 

변화의 계기는 우연히 찾아왔다. 자립청년 모임에 참여하다 서울성모병원의 흉터 치료 사업을 알게 된 것이다. 주씨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마음이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스스로 몸에 상처를 낸 흉터가 있었고, 이를 볼 때마다 힘들었던 순간이 다시 떠올라 꼭 지우고 싶었다.

 

흉터제거 치료를 받으며 그는 도배와 타일 기술도 배우며 새로운 시작을 준비했다. 그러나 수입이 없어 그동안 모아둔 돈을 다 쓰며 살고 있던 집도 관리비를 내지 못해 옮겨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됐다.

 

또다시 좌절하고 있을 때 이 사실을 알게 된 서울성모병원 사회사업팀이 연락을 했다. 병원 측은 자선진료 연계를 통해 자선회 기금을 전달했고, 거주지역 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등 필요한 지원을 이어갔다.

 

주씨에게 봄은 늘 잔인한 계절이었다. 6년 전 큰 사고가 났던 것도 지금이었다. 아직도 봄꽃만 보면 힘들고 마음이 아프다는 주 씨는 “하루하루가 힘들었지만 그동안 만났던 많은 분들이 격려하고 도움을 주신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며 “흉터치료가 끝나는 대로, 도배를 가르쳐주신 사수 선생님과 함께 공사 현장을 다니며 배우면서 일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계획을 전했다.

 

서울성모병원 사회사업팀장 남영희 프라우스 수녀는 “앞으로도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청년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필요한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언제나 그들과 함께하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사업팀은 2021년부터 시설보호 아동과 학교밖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흉터 치료, 문신 제거, 치과치료, 건강검진 지원사업을 진행해 청년들이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자해 흉터가 있는 청소년에게는 성형외과 치료 외에도 정신건강의학과와 협진해 심리적 치유도 함께 지원하고 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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