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인하 후 예금금리만 재빨리 내려
대출금리 여전히 4%대, 예금금리는 2%초반
1개월짜리 단기 예금 금리는 이미 1%대
가계대출 관리 명분 당국 방치에 은행 이자장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후 예금금리가 대출금리의 3배 넘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가계부채 관리를 빌미로 수차례 올렸던 대출금리는 내리지 않고 예금금리만 재빨리 낮춘 탓에 예금금리는 ‘1%대 시대’를 눈 앞에 두고 있다. 가계대출 억제라는 명분을 주고 사실상 방치한 금융당국과 이자 장사에만 몰두한 은행의 합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형(혼합·주기) 금리는 17일 기준 연 3.36~5.08%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0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하했던 2월25일 기준 이들 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는 3.468~5.31% 수준이었다.
기준금리 인하 이후 다음 금통위가 열린 4월17일까지 약 두 달간 주담대 하단은 0.1%포인트 내리는 데 그쳤다. 이 기간 주담대 변동금리 역시 4.205~5.93%에서 4.07~5.59%로 하단이 0.13%포인트 내렸다.
대출금리가 0.1%포인트 내리는 동안 예금금리는 3배 이상 떨어졌다.
이들 은행의 12개월 만기 대표 정기예금 상품은 전일 기본금리 2.15~2.40%, 우대금리 포함 최고금리 2.60~2.70%이다. 2월25일 당시 기본금리는 2.4%, 최고금리는 2.95~3.0% 수준이었다. 기준금리 인하 이후 기본금리 하단은 0.25%포인트, 최고금리는 0.30~0.35%포인트 하락했다.
1개월짜리 단기 예금의 금리는 1%대로 떨어졌다.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의 1개월 정기예금 금리는 각각 1.8%이다.
주담대 고정금리 기준이 되는 은행채(무보증·AAA) 5년물 금리는 2월25일 2.970%에서 전일 2.797%로 0.173%포인트 하락했다. 이 기간 정기예금 준거금리인 은행채 1년물 금리는 2.820%에서 2.614%로 0.206%포인트 내려갔다.

은행마다 전주 채권금리를 반영하는 등 산정 시기와 방식은 다르지만, 시장금리가 비슷하게 하락하는 동안 대출금리는 덜 내리고 예금금리는 더 내린 셈이다.
앞서 2021년 8월부터 2023년 1월까지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기에는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빠르게 더 올리고 예금금리를 덜 올린 바 있다.
은행들은 당시 “예금금리가 높아지면 조달비용이 늘어나 대출금리가 더 오른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기준금리 인하기로 접어든 현재는 조달비용이 줄어드는 만큼 대출금리에 반영되지 않는 모습이다.
은행들은 가계부채 증가세 관리 강화와 NIM(순이자마진) 방어 등의 명목으로 예대금리차를 지난해 8월부터 7개월 연속 확대하고 있다.

이 기간 은행별 정책서민금융 제외 가계예대금리차는 △신한 1.20%포인트 △우리 1.15%포인트 △국민 0.89%포인트 △하나 0.87%포인트 등 대폭 상승했다. 정책서민금융 제외 가계대출금리는 △신한 0.7%포인트 △우리 0.68%포인트 △국민 0.43%포인트 △하나 0.39%포인트 순으로 확대됐다.
반면 저축성수신금리는 △신한 0.5%포인트 △하나 0.48%포인트 △우리 0.47%포인트 △국민 0.46%포인트 등으로 크게 떨어졌다.
한편,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전날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2.75%로 동결했다. 한·미 금리차는 1.75%포인트로 유지됐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5월 이후 다시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이 경제상황평가를 통해 올해 1분기 역성장 가능성을 언급하며 5월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1.5%에서 추가 하향할 것임으로 예고했기 때문이다. 금통위원 전원이 포워드 가이던스를 통해 3개월 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도 5월 인하에 무게를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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