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18일 서울시청 시장 집무실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선 경선 후보와 회동했다. 이로써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홍준표 전 대구시장, 안철수·나경원 의원 등 국민의힘 ‘빅5’ 후보들이 모두 오 시장을 만났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날 “오 시장이 오전 집무실에서 한동훈 후보와 만나 수십분간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회동에 대해 “한 후보가 먼저 보자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6·3 대선을 앞두고 정책에 관한 의견을 많이 나눈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 12일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오 시장은 또 “‘다시 성장’과 더불어 ‘약자와의 동행’을 대선 핵심 어젠다로 내걸어주기 바란다”며 “저의 비전과 함께 해주는 후보는 마음을 다해 도와 정권 재창출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중도 확장성과 현직 서울시장으로서 유력한 대권 잠룡으로 통했던 오 시장이 불출마 선언을 하자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이 잇따라 호응했다. 홍 전 시장이 15일 오 시장과 비공개 만찬을 가졌고 16일부터 잇따라 김 전 장관, 나 의원, 안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과 식사 또는 차담을 가졌다.
아울러 오 시장은 이들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서울시 주요 정책이 담긴 이동저장장치(USB)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표 후보 캠프 비서실장인 김대식 의원은 “홍 시장은 ‘약자와의 동행 공약을 그대로 받아서 실천할 수 있도록 우리가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문수 후보는 “오 시장께서 훌륭한 정책으로 서울시민의 행복을 높이고 전 국민에게 좋은 제도를 시행해 보여주신 것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며 “대선에서 이런 부분을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나경원 후보는 오 시장과 회동 후 “제가 정치에 입문하게 된 동기가 바로 약자와의 동행 문제”라며 “제가 평소에 생각하고 고민했던 내용을 이미 시행한 것이라 적극 수용해서 발전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안철수 후보는 “약자동행지수는 제가 공약했던 안심복지와 유사하다”며 “충분히 녹여서 취지에 맞게 실행에 옮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동훈 후보는 회동 전 “오 시장이 갖고 있던 상식적인 지향점이 저와 많이 붙어있다. 여러가지 방식으로 협력할 것이고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한 후보는 이날 회동 이후 오 시장 측으로부터 서울시정과 관련한 USB는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 후보가 당 대표 시절 오 시장이 약자와의동행 등에 대해 적극 이야기한 적이 있어 오늘 만남에선 이와 관련된 자료는 건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후보들이 잇따라 오 시장을 찾는 배경에는 오 시장의 탄탄한 지지층과 함께 ‘합리적 중도 보수’ 이미지를 흡수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오 시장은 12·3 비상계엄 사태나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즈음해 극단보수로 치닫는 국민의힘 지도부와 미묘하게 결이 다른 행보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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