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경북 안동 세트장서 촬영/철거 위기 돌담길 춘천세계주류마켓서 새 둥지/전 세계 레고랜드 최초 스릴형 놀이기구 닌자고 ‘스핀짓주 마스터’ 그랜드오픈/5월 3일~6월 14일 세계 놀이의 날 기념 ‘레고 페스티벌’ 열려

거친 숨결 간직한 돌담 하나하나마다 담긴 많은 사연들. 누군가에게는 아련한 첫사랑의 추억이고 어떤 이에게는 억척스럽게 살아온 고달픈 삶의 기억일 테지. 포근한 햇살 돌 틈 사이로 듬성듬성 스며들며 작은 그림자 만들고 그 아래 이름 모를 풀꽃들 수줍게 고개 내미니 봄이 느리게 오는 춘천도 이제 이름 닮은 봄이다. 뺨을 어루만지는 부드러운 봄바람 즐기며 춘천 현무암 돌담길을 느리게 걷는다.


◆‘춘천의 보석’ 강원도립화목원
봄 여행에 강원 춘천만큼 잘 어울리는 곳이 또 있을까. 지명 유래는 분분하지만 이름 춘천(春川)이 ‘봄의 시냇물’이란 뜻이니. 여기에 봄이면 들려오는 김현철 노래 ‘춘천 가는 기차’ 때문인지 춘천은 뭔가 좀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그는 “지난 일이 생각나 차라리 혼자도 좋겠네… 오월의 내 사랑이 숨 쉬는 곳~”이라고 노래해 아련한 기억 한 조각 꺼내들게 만든다.

춘천역에서 차로 10분 거리 강원특별자치도립화목원에서 여행을 시작한다. 입장료가 1000원에 불과하니 이처럼 가성비 좋은 여행지가 또 없다. 분수광장 지나 산림과학연구원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하얀 몸통의 거대한 나무 한 그루가 보인다. 둘레 567㎝, 높이 30m의 양버즘나무로 플라타너스의 한 종류다. 하늘로 곧게 뻗은 듬직한 몸통에서 사방으로 휘어지며 뻗어나간 가지가 한눈에도 범상치 않다. 120살을 넘긴 나무는 소원을 들어준다니 올해 더 건강하게 해달라고 작은 바람 하나 속삭여본다. 메타세쿼이아길을 지나면 2010년 심은 관음송 후계목을 만난다. ‘비운의 어린 왕’ 단종의 유배지인 강원 영월군 청령포에서 자라는 수령 600년 소나무는 청령포에 유배돼 17살에 죽임을 당한 단종의 비참한 모습을 모두 지켜보고 그의 통곡을 들었기에 관음송(觀音松)이란 이름을 얻었다.


맨발로 걷는 길로 들어서자 진한 매화향이 콧속으로 마구 파고든다. 정이품송 장자목, 잔디원, 토피리아원을 지나면 벚나무길이 곧게 뻗어있다. 물레방아와 인공폭포를 돌아 나가면 화목원에서 가장 예쁜 연못이 펼쳐진다. 조선시대 전통 건축양식으로 만든 2층 누각 구조의 화목정, 연못을 가로지르는 고풍스러운 아치형 돌다리, 축축 늘어지는 수양버들 가지가 연못에 그대로 담겨 운치 넘치는 봄날 풍경을 완성한다. 식물유전자원 수집·증식·보존을 위한 연구 목적으로 설립된 화목원에는 산솜다리, 모데미풀 등 희귀 식물 129종 포함, 총 1827종 8만5000여본의 식물이 자란다.

◆춘천 닭갈비 먹고 소양강스카이워크 걷고
화목원에서 소양강을 가로지르는 소양2교를 건너면 오른쪽으로 강변 수상데크 위에 우뚝 선 소양강처녀상이 보인다. 조각상은 받침돌 5m, 처녀상 7m로 총 12m다. 옷고름이 바람에 휘날리는 소양강처녀는 오른손으로 치맛자락을 잡고 왼손으론 갈대를 든 채 애타는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한다. 1969년 나온 가요 ‘소양강 처녀’ 가사 내용을 토대로 만든 조각상은 떠나간 이를 기다리는 외로움과 애절한 마음을 잘 표현했다. 받침돌에 노랫말이 적혀 있으며 ‘울고 넘는 박달재’, ‘단장의 미아리고개’ 같은 히트곡을 남긴 반야월이 노랫말을 썼다.


소양강처녀상 너머로 시원하게 강 위로 뻗은 소양강 스카이워크가 보인다. 입장권은 2000원이지만 춘천시내 음식점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춘천사랑상품권으로 돌려주기에 사실상 무료다. 소양강스카이워크는 174m인데 바닥이 대부분 투명 강화유리여서 걸을 때마다 간담이 서늘하다. 끝 부분 전망대에서 서면 소양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풍경이 장관이다. 전망대 바로 앞에는 정해진 시간에 분수가 나오는 쏘가리상이 설치돼 있다. 소양강은 맑은 물 중상류에만 사는 쏘가리의 서식지로 물에서 튀어 오르는 것처럼 생동감 넘치게 표현해 눈길을 끈다. 춘천 삼악산 케이블카는 비용이 부담되지만 편도 거리 3.61㎞에 달하는 국내 최장 케이블카라는 점에서 한번쯤 타볼 만하다. 골드시즌 기준 일반캐빈은 성인 왕복요금 2만2000원,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털캐빈은 2만7000원이다. 삼악산 정류장에 내려 스카이워크 전망대에 서면 소양강, 의암호, 춘천 시내가 대화면처럼 펼쳐지는 풍경이 가슴을 시원하게 열어준다.


춘천에 왔으니 닭갈비를 먹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다. 25년 동안 한자리를 지킨 현지인 맛집 춘천칠전닭갈비를 찾았다. 커다란 무쇠판에 듬뿍 담겨 나오는 닭갈비와 식재료는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양배추와 깻잎이 숨을 죽이고 소스가 닭갈비살로 스며들자 고소한 냄새가 피어오른다. 닭갈비는 보통 소스가 맵고 짜기 마련인데 이곳은 간이 적당하고 깊은 맛이 우러난다. 닭 육질도 퍽퍽하지 않고 입에서 사르르 녹는 걸 보니 역시 고수의 솜씨다. 춘천칠전닭갈비의 진정한 매력은 닭갈비를 다 먹은 뒤에 드러난다. 닭갈비는 보통 남은 소스와 밥을 비벼 불판에 노릇노릇 익혀 먹는데 나중에 바닥에 눌어붙은 밥이 제일 맛있다. 이곳은 한발 더 나아가 ‘누룽지말이’를 만든다. 불판에 밥을 아주 얇게 편 뒤 살짝 눌어붙었을 때 주걱으로 밀면서 돌돌 말면 누룽지말이가 된다. 팔뚝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라 단골이 요청할 때만 만들어주는 특별메뉴다. 한입 깨물자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누룽지말이가 맛의 신세계를 열어준다.


◆‘폭싹 속았수다’ 돌담길 걷어볼까
요즘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큰 인기를 끌면서 춘천을 찾는 여행자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드라마에 등장한 현무암 돌담길이 춘천세계주류마켓 정원으로 옮겨진 덕분이다. 제주 분위기 물씬 풍기는 고즈넉한 돌담길로 들어서자 ‘요망진’ 애순(아이유·문소리 분)과 ‘무쇠’ 양관식(박보검·박해준 분)의 모험 가득한 일생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드라마 무대는 제주이지만 일부 마을 풍경은 경북 안동 세트장에서 촬영됐다. 드라마 촬영이 끝나고 세트장이 철거되기 직전 춘천세계주류마켓과 우연하게 인연이 닿아 사라질 뻔했던 돌담은 이곳에서 다시 생명을 이어간다. 드라마 15화에 ‘정미인’으로 특별 출연한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 김성령은 최근 돌담길을 배경으로 ‘성령한 플리마켓’을 열어 수익금을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돌담길까지 더해지면서 춘천세계주류마켓은 요즘 주말 나들이 코스로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와인, 스피리트, 맥주 등 1만여 종의 술을 저렴하게 할인판매하는 주류샵과 인테리어가 아주 예쁜 와이어드 커피가든, 미식가도 울고 갈 레스토랑 와우까지 갖췄다. 마켓 단지 안에서 주말을 보내기 안성맞춤이라 서울 등 수도권에서도 많이 찾는다. 매장에서 산 와인을 레스토랑에서 별도의 비용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지하 까브에는 전 세계 80여병에 불과한 샴페인 돔페리뇽 ‘레이디 가가 리미티드 에디션’ 등 다양한 희귀 와인도 전시돼 있다.



◆스릴 넘치는 레고랜드 ‘스핀짓주 마스터’ 타볼까
아이들의 상상력이 현실로 구현되는 레고랜드는 봄을 맞아 모험 가득한 놀이기구로 중무장했다. 전 세계 최초로 레고랜드 코리아에서만 선보이는 스릴형 놀이기구 닌자고 ‘스핀짓주 마스터’다. 레고랜드가 닌자고 구역을 800여평 추가 확장하고 200억원을 투자한 이 놀이시설은 지난 10일 그랜드오픈 행사에서 첫선을 보였다. 스핀짓주 마스터는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브랜드인 닌자고 테마로 제작된 몰입형 어트랙션. 총 346m 길이 트랙과 최대 시속 57㎞의 짜릿한 속도, 여기에 최대 360도까지 회전하는 아찔한 좌석이 더해지면서 어른도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탑승객들은 닌자고 세계관 속 닌자들과 함께 스핀짓주 무술을 연마하며 세상을 구하는 스토리를 직접 체험할 수 있어 오픈 첫날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레고랜드는 호텔도 있어 가족 단위로 즐기기 좋다. 로비로 들어서면 온통 레고 작품으로 도배된 풍경을 마주한다. 객실도 벽과 바닥이 모두 레고 캐릭터와 작품으로 꾸며져 동화속 세상에 발을 디딘 듯하다. 객실은 킹덤, 닌자고, 프랜즈, 파이러츠 테마룸으로 꾸며졌다. 특히 객실 입구에 아이 세 명이 잘 수 있는 3층 침대가 놓인 별도의 놀이 공간이 마련돼 5인 가족도 넉넉하게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 객실에는 다양한 레고 조립을 맘대로 즐길 수 있도록 브릭이 잔뜩 쌓여 있어 아이들에겐 천국처럼 여겨질 것 같다. 레고랜드 코리아는 5월 3일~6월 14일 세계 놀이의 날을 기념한 ‘레고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이는 전 세계 7개 레고랜드에서 동시 진행되는 글로벌 행사로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한국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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