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나라면 찰스 대관식 참석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9월 영국을 국빈 방문한다. 찰스 3세 영국 국왕은 왕세자 시절 트럼프와 만난 적이 있으나 국왕 즉위 이후로는 이번이 첫 대면이다. 찰스 3세가 어떤 선물로 미국을 향한 영국의 마음을 전할 것인지 관심사다.

18일(현지시간) 영국 PA 통신에 따르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날 트럼프과 전화 통화를 가졌다. 트럼프가 영국에 10%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했다가 90일간 유예하기로 한 뒤 처음 이뤄진 정상 간 대화에 해당한다. 스타머와 트럼프는 관세 문제와 더불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끝낼 방안에 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두 정상은 또 오는 9월 예정된 트럼프의 영국 국빈 방문 일정에 관해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찰스 3세는 지난 2월 백악관을 방문한 스타머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국빈으로 영국에 초청하고 싶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 바 있다. 스타머와의 정상회담 도중 초청장을 받은 트럼프는 무척 기뻐하며 즉석에서 수락한 바 있다.
트럼프는 1기 임기 도중인 2019년 영국을 국빈 방문했다. 당시는 엘리자베스 2세(2022년 타계) 여왕의 치세로 찰스 3세는 아직 왕세자 신분이었다. 엘리자베스 2세는 트럼프에게 아주 특별한 선물을 건넸는데, 다름아닌 윈스턴 처칠(1874∼1965) 전 영국 총리가 쓴 ‘제2차 세계대전 회고록’ 초판이다. 어머니가 미국인인 처칠은 2차대전 당시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과 긴밀히 협력해 전쟁을 연합국의 승리로 이끈 영웅이다. 처칠과 루스벨트의 끈끈한 우정을 토대로 전후 영국과 미국은 흔히 ‘특수 관계’(special relationship)로 불리는 가장 가까운 동맹이 되었다.

그 때문에 엘리자베스 2세의 선물은 처칠 시대처럼 영·미 양국이 친하게 지내자는 뜻으로 풀이됐다. 당시는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유럽의 동맹국들과 사이가 틀어지고 있을 때였다.
찰스 3세는 트럼프와 비교적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왔다. 미국 대선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2024년 7월 트럼프가 유세 도중 암살을 노린 범인이 쏜 총에 귀를 맞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찰스 3세는 트럼프에게 서한을 보내 그를 위로했다. 편지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트럼프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또한 찰스 3세 등 영국 왕실에 경외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3년 5월 열린 찰스 3세의 대관식에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대통령이 불참하자 트럼프는 이를 강하게 비난하며 “매우 무례하다. 나 같으면 참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어머니가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 이민자라는 점도 그가 영국을 좋아하는 한 요인으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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