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19일 A조부터 시작한 대선 경선 토론에서 김문수 후보가 오랫동안 주장해왔던 자체핵무장 입장을 바꿨다.

이날 오후 2시 서울 강서구 ASSA아트홀에서 열린 1차 경선 조별 토론회의 외교·안보 토론에서 김 후보는 “북핵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북한의 핵개발에 반대한다는 것은 버스가 지나간 상황”이라며 “한·미동맹을 더 튼튼하게 해서 미국의 전략자산을 상시 순환배치를 해서 북핵 억지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핵은 단순히 북한만이 아니라 중국, 러시아와 여러가지 협력관계 속에 있기 때문에, 우리는 한·미동맹을 철저히 강화하고 주한미군 주둔을 위해서 여러가지 조건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일 동맹 체제 아래서 북한과 중국과 러시아의 여러가지 위협을 잘 막아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때 우리가 일방적으로 핵개발하면 되지 않느냐는 분도 있는데, 일방적으로 핵을 개발하는 경우 많은 무역 규제 특히 FTA, WTO 많은 규제 속에 있기 때문에 일방적 핵개발 주장은 정치적 구호는 되지만 실질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처럼 플루토늄 재처리 수준을 한 단계 높이든지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대한민국의 핵 방어 능력, 핵 대응 능력, 핵에 대한 확실한 불안감을 줄여나갈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아무리 힘들지만 핵 문제를 감정에 치우쳐서 일방적으로 핵을 개발한다든지 하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중국, 러시아는 북한의 핵개발을 공식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으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통과시킨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다. 김 후보는 중국, 러시아가 북한의 핵 개발과 무슨 협력 관계라는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또한 한국은 미국과만 동맹이고 일본과는 동맹이 아니지만 “한·미·일 동맹”이라고 언급했다. 지난해 7월 국민의힘은 공식 논평에 ‘한·미·일 동맹’이란 표현을 썼다가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의 대정부질문을 통한 공식 문제제기 후 논평을 수정하며 곤혹을 치른 바 있다.
NPT 예외규정이나 협상을 통한 ‘허가된 핵개발’이 아니라 무단 핵개발을 할 경우 국제사회의 제재가 있을 거란 주장을 양자간 교역협정인 “FTA(자유무역협정)”, 다자간 무역규율기구로 무역 분쟁 해결 등 역할을 하는 기구인 “WTO(세계무역기구)”, “무역 규제” 등으로 잘못 표현한 것으로 추측된다.
김 후보가 핵무장론에 선을 그은 것은 기존 입장과 차이가 있다. 김 후보는 보수 정치인사 중에서 오랫동안 자체핵무장을 주장해온 인사다. 2016년 ‘신뢰회복 국민연합’이 주최한 행사에서 그는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은 지금 당장 핵무장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해 낸 성명에서 “핵에 대처하는 길은 오직 핵 뿐”이라며 “미국 핵우산을 강화하든 우리 스스로 핵무장을 추진하든 해야 한다”고 한 바 있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대화하려고 하면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사회자 질문에 그는 “핵감축 명분으로, 노벨상 공동 수상 명분으로 우리 머리 위로 뒷거래가 있을 수 있는데, 이건 우리 정부 신뢰, 미국 정부에서 가장 신뢰하는 게 김문수다. 미국 보수 진영 씨팩(CPAC·보수주의정치행동회의)이나 공화당 여러 인사, 트럼프 주변 여러 인사와 오랜 신뢰가 있다. 하루 이틀이 아니다. 이를 바탕으로 신뢰를 강화시켜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다른 후보들은 트럼프 2기 정부 대응을 주제로 정견을 발표했다. 안철수 후보는 “트럼프가에는 와튼스쿨(필라델피아대 경영대학원) 출신들이 많다. 저는 동문이다.미국에선 학맥이 한국에서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각 기업들이 미국 정부 상대로 협상을 하는데, 그게 아니라 정부가 삼성, SK, 현대 등 기업과 우리가 미국에서 수입할 여러 최첨단 비행기들 있지 않나, 그런것들을 포함하고 우리가 제공해줄 것들이 많다. 메모리반도체라든지 조선업이라든지 미국에서 지금 필요로 하는 기술을 모아서 빅딜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정복 후보도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다녀왔고, 미국에서 트럼프와 절친인 마크 번즈 의장, 해리티지재단, CSIS(국제전략문제연구소) 등을 만나 한·미관계를 어떻게 할지 충분하게 논의했다. 한·미관계는 굳건한 동맹관계를 바탕으로 안보와 경제를 지켜야하고 이는 말로 되지 않는다. 실력으로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향자 후보는 반도체를 무기로 미국을 상대해야 한다는 논지를 폈다. 그는 “반도체 패권 없이 외교·안보는 불가능하다. 대한민국으로서는 반도체가 유일한 무기”라고 했다. 이어 “바이든행정부 시기 중국과 대만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이 침공 당하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중국에 공개경고를 했다. 우방이어서가 아니다. 미국에서 쓰는 시스템반도체의 90%가 대만 TSMC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반도체가 “호국신산(나라를 지키는 산)”이라고 비유하며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도 우크라이나가 쩔쩔 맨다. 기술패권이 없기 때문”이라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호국신산의 반도체 기업이 있었다면 전쟁이 안 났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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