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충청권 경선 투표가 진행된 충북 청주 서원구 청주체육관의 열기는 뜨거웠다. 5000석에 달하는 관중석을 가득 메운 당원들은 형형색색의 응원봉을 손에 들고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 이름을 연호했다.

이날 공개된 충청권 경선 투표 결과에 따르면 이재명 경선후보가 88.15%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김동연 경선후보가 7.54%, 김경수 경선후보가 4.31%로 뒤이었다. 득표율에는 차이가 있지만, 세 후보 모두 열정적인 연설을 선보였다는 점은 동일하다. 당원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으며 단상에 오른 후보들이 12분간 펼친 연설을 분석해봤다.

◆“충청 사위” “충청 아들” “충청 친구”
“충청 사위, 이재명 인사드립니다.”
이재명 후보는 연설 시작부터 ‘충청’을 내세웠다. 그는 “민주당 대선경선의 첫 시작을 충청에서 하는 것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며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 모두 충청의 선택으로 탄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충청의 선택으로 이번에 반드시 네번째 민주정부가 탄생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충청과의 연결고리를 가장 강조한 후보는 김동연 후보다. 김 후보는 대전을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팀 한화이글스의 주황색 점퍼를 입고 등장했고, 입장곡도 한화이글스 응원곡 ‘나는 행복합니다’를 선택했다.
김 후보는 스스로를 “충청에서 나고 자란 ‘충청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아버지와 자신의 고향이 충북 음성군이고, 어머니는 충북 진천군, 아내는 충남 논산 사람이라고 언급하면서 “민주당 DNA를 가진 충청의 아들 김동연이 충청의 발전을 행동으로 실천해 보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경수 경선후보는 ‘충청의 친구’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그는 “실제로 국회에도 충청 친구들이 많다”며 “여러분의 친구가 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역대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을 충청권에서 시작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며 “충청은 이제 지리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중심이자 중앙”이라고 힘줘 말했다.

◆충청권 공약은 “행정수도 세종” 한목소리
세 후보 모두 충청권 공약을 내세우며 충청 표심에 구애했다. 특히 행정수도 세종 이전을 공통적으로 거론했다.
이 후보는 “대한민국의 중심에 충청이 단단히 자리 잡게 하겠다”며 대통령 세종 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을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진행해 세종을 ‘행정수도 중심’으로 완성하겠다고도 했다.
이 후보는 대전을 K-과학기술을 이끌 세계적 과학 수도로, 충남·충북은 첨단 산업벨트가 들어선 미래산업의 중심지로 만들어 놓겠다는 구상도 전했다. 그는“다가올 신문명시대에는 과학기술이 경제력이자 곧 국력”이라며 “대전과 충청이 앞서가는 ‘과학기술강국’의 길이 바로 대한민국이 선도해 갈 미래”라고 했다.
김동연 후보는 대통령 당선 즉시 대통령실을 세종으로 옮기고, 취임하는 당일부터 세종에서 일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 대법원, 대검찰청을 충청으로 옮기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아울러 그는 충북, 충남, 대전에 대기업 도시 3개를 건설하고, 대기업 일자리와 연계해 ‘서울대’ 3개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김경수 후보는 세종에서 출마선언을 했다면서 “이제는 대통령실도, 국회도, 세종에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반드시 임기 내에, 그것도 빠른 시일 내에 행정수도의 꿈을 완성하겠다”면서 “행정수도 이전은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부울경, 대구경북 ‘5대 메가시티 자치정부’의 시작”이라고 했다.

◆李, 겸손모드…2金은 ‘경제’ ‘메가시티’
후보별로 차별화된 지점도 있었다.
이 후보는 “3년 전 어느날 국운이 걸린 대회전에서 저의 부족함 때문에 우리는 패했다”면서 지난 대선 패배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는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미세한 차이로 승리했지만 모든 것을 차지한 저들은 나라를 망치고 국민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다”며 “그 고통 속에서 더 깊이 성찰하고, 더 지독하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림하는 권력자가 아니라 국민의 충직한 도구가 되려는 저 이재명, 역경 속에서 더 단련되고 더 준비된 저 이재명에게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김동연 후보는 ‘당당한 경제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한민국이 세계 경제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르는 절체절명의 위기”라며 자신은 1998년 IMF, 2008년 금융위기, 2017년 탄핵 후 경제위기의 한복판에서 해법을 찾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위기 해결사 저 김동연이 대한민국 경제지도를 다시 그리겠다”고 말했다.
김경수 후보는 구체적인 공약 설명에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우선 메가시티 관련해 “5대 메가시티에 연간 30조원 이상의 자율예산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5년간 50조원 규모의 민간 벤처 모펀드를 조성하고 메가시티별로 지역별 산업은행, 지역투자은행을 설립해 지역의 벤처, 중소기업, 소상공인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알렸다.
김 후보는 “인공지능(AI)와 디지털 전환, 기후경제 선도, 인재 양성의 3대 축을 중심으로 국가 투자를 통해 혁신 성장의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도 밝혔다. 그는 “AI와 디지털을 활용해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혁신 기업이 성공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겠다”며 “기후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에너지 전환을 이루어내고 그 과정에서 연간 50만 개의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겠다”고 했다.

◆네거티브 공세 없이 ‘원팀’ 강조
세 후보 모두 다른 후보를 비방하는 네거티브 공세보다 ‘원팀’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당내 “대통령 후보 경선은 민주당이 더 큰 민주당으로 뭉치는 여정이자 본선 승리를 위한 필수과정”이라며 “치열하게 토론하되 원팀 정신을 잃지 않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김경수 후보와 김동연 후보를 “민주당의 귀한 자산이자 소중한 동지”라고 표현하며 “아름다운 경선과 원팀에 의한 본선 필승은 250만 당원과 민주당을 응원하는 모든 국민이 한마음을 모아 내린 지상명령”이라고 했다.
김동연 후보도 경선후보들이 ‘한 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후보에 대해 “당대표직을 수행하며 내란 종식을 선두에서 이끌었다”고 언급하며 박수를 유도했다. 김경수 후보에 대해서는 “단식까지 결행하며 민주주의 회복에 온 힘을 쏟았다”며 당원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다만 김 후보는 “저는 계파도 조직도 없다”며 외로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 제 옆에는 단 한 분의 국회의원도, 지방의원도 서주지 못한다”면서 “전화로 문자로 격려해 주지만 공개적으론 못한다”고 했다. 김 후보는 “그분들의 고충과 두려움, 이해한다”면서도 “그래서 가끔 외롭다. 그러나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덧붙였다.
김경수 후보는 “모두가 이기는 경선으로 압도적인 정권교체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는 “겸손한 권력으로 강한 나라를 만들겠다”며 “빛의 연대로 ‘나와 우리의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청주=조희연 기자 ch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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