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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무용의 시인’ 요한 잉거, 대표작 ‘워킹 매드’·‘블리스’ 첫 내한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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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4-20 08:52:15 수정 : 2025-04-20 08:5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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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출신 안무가 요한 잉거가 자신의 대표작을 들고 우리나라에 온다. 2016년 브누와 드 라 당스 최우수안무상을 받으며 정상급 무용가 반열에 오른 예술가다. 스웨덴왕립발레단에서 정통 발레리노로 무용계에 들어선 후 현대무용계 거장 지리 킬리안이 이끄는 세계 최고 무용단 네덜란드댄스시어터(NDT)1에서 1990년부터 2002년까지 무용수로서 활약했다. 안무가로서는 1995년 NDT2를 위해 첫 작품을 만들면서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현대무용의 ‘정제된 시인’이라는 평을 듣는 그의 작품 세계는 인간의 불안과 광기를 해체하고 재조립하며 움직임을 통해 심리의 층위를 드러내는 드라마에 가깝다. 대표작은 비제의 오페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브누아 라 당스 상을 수상한 ‘카르멘’, 그리고 이번에 서울시발레단을 통해 아시아 초연으로 선보일 ‘블리스’와 그리고 ‘워킹 매드’다. 안무가로서 처음 내한하는 잉거는 NDT 무용수 시절인 90년대 국내 무대에 선 바 있다. 또 ‘카르멘’은 스페인국립무용단이 2002년 내한공연했다.

 

요한 잉거의 대표작 ‘위킹 매드’.  인간의 광기와 고립, 그리고 긴장감 등 관계 속 심리를 무대 위에서 시적이고도 극적으로 풀어낸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그리고 이제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우리나라 관객을 처음 만날 ‘워킹 매드’는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를 지휘하는 한 유명 지휘자 모습이 점점 광기에 가까워지는 옛날 TV영상에서 영감받았다. 모리스 베자르의 ‘볼레로’와는 전혀 다른 결로 인간의 광기와 고립, 그리고 긴장감 등 관계 속 심리를 무대 위에서 시적이고도 극적으로 풀어낸다. 반복적이고 고조되는 볼레로 특유의 리듬은 막바지에 현대 작곡가 아르보 패르트의 ‘알리나를 위하여’와 결합되며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거쳐 화해와 치유의 메시지로 마무리된다. 잉거는 ‘워킹 매드’가 코믹함과 비극성을 동시에 담고 있으며 극적이고 연극적인 요소와 무용이 균형을 이루도록 의도했다고 인터뷰 등에서 설명한다.

 

재즈 피아니스트 키스 재럿의 전설적인 즉흥 피아노 연주곡 ‘쾰른 콘서트’에서 영감받아 자유롭고 환희에 찬 에너지, 즉흥성, 그리고 세대를 관통하는 감동을 무용으로 펼치는 요한 잉거의 ‘블리스’.  세종문화회관 제공
재즈 피아니스트 키스 재럿의 전설적인 즉흥 피아노 연주곡 ‘쾰른 콘서트’에서 영감받아 자유롭고 환희에 찬 에너지, 즉흥성, 그리고 세대를 관통하는 감동을 무용으로 펼치는 요한 잉거의 ‘블리스’.  세종문화회관 제공

‘블리스’의 경우 재즈 피아니스트 키스 재럿의 전설적인 즉흥 피아노 연주곡 ‘쾰른 콘서트’에서 영감받아 만든 작품이다. 곡이 지닌 자유롭고 환희에 찬 에너지, 즉흥성, 그리고 세대를 관통하는 감동을 무용으로 번역했다.

 

무용수들이 때로는 마치 음악을 연주하듯, 때로는 즉흥적으로 몰입하듯 움직이는 리듬 중심의 안무가 특징이다. 밝고 경쾌한 색감의 의상과 자유로운 동선, 그룹과 듀엣의 유기적인 구성, 원형의 움직임 등이 무대를 채운다. 후반부에는 한 무용수가 무대 구석에서 조깅을 시작하며 다른 무용수들이 하나씩 합류해 집단적 에너지와 연결, 유쾌한 여운을 남긴다.

 

안무가로는 처음 내한하는 스웨덴을 대표하는 무용가 요한 잉거. 세종문화회관 제공

잉거는 ‘쾰른 콘서트’가 한 세대의 전환기를 상징적으로 포착한 음악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이 음악과 무용수들이 어떻게 현재의 시선으로 만나고 반응할 수 있을지에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우리는 모두 이 음악과 서로에게 있어서, 경험이 많든 적든, 모두가 새로움의 입장에서 만난다”고 강조한다. 

 

“춤추는 기쁨에 대한 찬사”, “무용수와 관객 모두를 황홀경에 빠뜨리는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키스 재럿의 음악이 지닌 즉흥성과 자유로움, 그리고 집단적 에너지와 개인의 내면적 환희를 무용으로 탁월하게 번역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시발레단의 이번 무대에는 영국국립발레단 리드 수석 이상은이 객원수석으로 출연한다. 이상은이 갈라 아닌 국내 무대에 서는 건 15년만이며 컨템포러리 작품 출연은 처음이다. 서울 세종M씨어터에서 5월 9일~18일. 


박성준 선임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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