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바!”, “브라비!”
알브레히트가 몸으로 절규하며 공연이 끝나자 객석에서 터져 나온 갈채와 환호가 오페라극장 무대를 덮은 두꺼운 커튼을 거세게 두드렸다. 유니버설발레단이 4년 만에 무대에 올린 ‘지젤’을 통해 고전 낭만발레의 진가와 발레단 역량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지난 1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이번 공연 첫 무대를 책임진 지젤 역의 홍향기는 군더더기 없는 테크닉과 균형 잡힌 감정선으로 관객을 몰입시켰다. 사랑의 환희와 배신, 광기에서 용서에 이르는 감정의 곡선을 빈틈없이 그려냈다. 파트너 알브레히트 역의 전민철은 아직 미완의 선율을 품은 젊은 귀공자 그 자체였다. 1막에서는 풋풋한 사랑의 설렘을 표현하고, 2막에서는 비극의 무게를 안고 도약했다. 특히 마지막에 윌리에게 영혼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펼쳐진 앙트르샤(양발끝을 교차하는 도약)는 많은 갈채를 받으며 차세대 스타로서 존재감을 보여줬다.
이날 공연의 정점은 알브레히트와 지젤의 2인무였다. 알브레히트의 팔 위로 가볍게 떠오른 홍향기의 몸은 공중을 부유하는 듯했다. 살아 있는 존재보다도 더 투명한 존재인 정령을 완벽하게 연기했다. 윌리들의 군무도 기대를 충족시켜줬다. 완벽하게 정렬된 라인, 한 줄기 달빛처럼 부드럽게 흐르는 팔 동작, 춤 사이사이 배어든 음울한 서정성은 관객들이 숨 죽이고 빠져들 만큼 압도적이었다. 이 군무는 단지 배경이 아닌, 서사의 또 하나의 주체로서 비극의 깊이를 더했다.4월 27일까지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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