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 디지털 전환 거대한 흐름 속에서 불가피한 결과”
“단순한 인력 감축보다 AI·데이터 분석 디지털 역량
갖춘 인재 중심의 조직으로 재편될 가능성 상당해”
디지털 전환 가속화와 비대면 금융 확산으로 인해 시중은행의 지점 수와 임직원 수가 빠르게 줄고 있다. 과거 ‘신의 직장’으로 불리던 은행권마저 고용 안정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전체 점포 수는 5792개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1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2012년 정점(7836개) 대비 2000개 이상 줄어든 규모다.
점포 감소는 해마다 이어지고 있다. △2021년 6234개 △2022년 5948개 △2023년 5896개로, 매년 수백 개씩 줄고 있다. 2012년 이후 12년 만에 26% 가까이 축소된 셈이다.
지점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인력도 감소하고 있다. 2012년 12만7593명이던 은행원 수는 2024년 기준 11만3882명으로, 1만3711명 줄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희망퇴직 제도가 확대되면서 감원 속도는 더욱 빨라지는 추세다.
올해도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이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며, 5대 은행에서만 최대 2000명 이상이 회사를 떠날 것으로 전망된다.
KB국민은행은 2023년 674명에 이어 2024년에도 647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최근 10년간 평균적으로 매년 약 700명이 회사를 떠난 셈이다.
우리은행은 올해 429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해 전년 대비 66명이 늘었다. 신한은행은 희망퇴직 대상 연령을 1986년생까지 확대하며, 지난해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난 541명이 퇴직을 택했다.
이처럼 은행들이 희망퇴직 대상자의 연령을 30대 후반까지 낮추면서, 앞으로도 조기 퇴직자 수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고용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은 은행권 인력 구조 변화가 일시적인 조정이 아닌, 산업 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임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을 ‘피할 수 없는 변화’로 본다.
한 금융 산업 전문가는 “은행 산업의 구조 변화는 단순한 일시적 조정이 아닌, 디지털 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불가피한 결과”라며 “모바일 뱅킹과 비대면 서비스의 확산으로 고객들이 굳이 지점을 찾을 필요가 없어진 만큼, 점포 축소와 인력 감축은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희망퇴직 연령대가 급속히 낮아지고 있다는 점은 금융권 고용 구조에 중대한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는 신호”라며 “더는 ‘신의 직장’이라는 인식에 안주할 수 없다. 기술 변화에 대응해 자기 역량을 재정비하지 않으면 은행권 역시 안정적인 일자리가 아닐 수 있다”고 덧붙였다.
향후 금융권은 단순한 인력 감축보다, AI와 데이터 분석 등 디지털 역량을 갖춘 인재 중심의 조직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기존 인력에 대한 재교육과 직무 전환을 위한 정책과 투자가 병행되지 않는다면, 고용 구조조정은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정부와 금융권의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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