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민간인 공격 중단 등 행동부터 보여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양자회담을 제안했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두 나라 간의 직접 대화는 없었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푸틴은 이날 러시아 국영 TV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러시아 측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부활절(4월20일) 계기 30시간 휴전 이후 전투가 재개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모스크바 정부는 모든 평화 이니셔티브에 열려 있으며 이는 키이우 정부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그 직후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레믈궁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대통령께서 ‘양자 간에 민간 목표물을 공격하지 않는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을 때 이는 우크라이나 측과의 직접 협상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푸틴이 젤렌스키에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양자회담을 제안했음을 공식 확인한 셈이다.
젤렌스키는 “민간인을 표적으로 한 공격 중단 제안을 지지한다”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모든 형태의 협상에 준비돼 있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러시아가 부활절 휴전 기간 동안에도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공격을 지속했다는 점을 들어 푸틴의 진정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젤렌스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에서 “우크라이나 행동의 본질은 비례적 대응”이라며 “휴전에는 휴전으로, 공격에는 방어로 각각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먼저 민간인을 표적으로 한 공격 중단으로 휴전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뜻이다.
취임 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이 며칠 내에 더 진전을 이루지 못한다면 미국은 평화 회담에서 완전히 손을 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푸틴이 부활절을 맞아 30시간 휴전을 일방적으로 선포한 것은 트럼프를 달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트럼프는 부활절 휴전 소식에 “이르면 이번 주 안에 평화 협상을 타결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다시 낙관적 전망을 내비쳤다.

다만 휴전과 종전이 이뤄지더라도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게 된다. 푸틴은 3년 넘는 전쟁 기간 동안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땅이 전부 러시아 영토로 편입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강탈한 크름 반도까지 더하면 현재 우크라이나 국토의 20%가량을 러시아가 장악하고 있다. 더욱이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미국 주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포기하고 중립국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이 경우 러시아가 종전 협정을 어기고 다시 침략한다면 우크라이나는 독립을 지키기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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