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전역 밖에서, 대형 평형 아파트들이 조용히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고강도 규제 지역을 피해 실거주 목적 수요가 유입되면서, 강동구·마포구·성동구 등의 주요 단지들이 강남 못지않은 거래가를 기록 중이다.
정부는 투기수요 차단을 위해 강남3구와 용산구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실거주 목적 외의 거래를 사실상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실거주 수요가 인근 지역으로 분산되는 '풍선효과'가 관측되고 있다.
대표 사례는 강동구 고덕동의 ‘고덕아르테온’(2020년식·4066세대)이다. 22일 국토교통부 아파트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2일, 전용면적 114㎡(46평)이 22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역 내 대표 랜드마크 단지로 꼽히는 대단지다.
인근의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2017년식·3658세대)도 지난 6일, 전용 109㎡(44평)이 21억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마포구 대표 단지 ‘마포래미안푸르지오’(2014년식·3885세대)는 이달 2일, 전용 145㎡(57평)이 27억9500만원에 거래되며 기존 최고가를 경신했다.
눈에 띄는 공통점은 모두 전용면적 100㎡ 이상 대형 평형 아파트라는 점이다.
전세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으로 중소형 수요가 위축된 반면, 실입주 목적의 자산가 수요가 대형 평형으로 이동하면서 일부 단지에서 ‘조용한 신고가’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고덕동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강남3구와 용산구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수요자들이 고덕이나 마포 같은 비강남권 대형 평형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성동구 성수동의 ‘서울숲힐스테이트’(2009년식·445세대)도 이 흐름에 올라탔다. 지난 3일, 전용면적 84㎡(36평)이 24억4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서울숲 인접 입지와 희소성이 높은 시세 형성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에선 “강남3구와 용산구의 토지거래허가 규제로 실거주 중심의 수요가 유연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대단지·신축·역세권 조건을 갖춘 비강남권 대형 평형에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서울 대형 평형은 희소성이 부각되면서 일부 수요층이 가격과 무관하게 움직이고 있다”면서도, “가구 구조 변화 등을 감안하면 중장기적으로 시장 주도권을 중소형이 다시 가져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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