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 공존할 정치 만들겠다”
“이번엔 독고다이 정치 포기…100여명의 동지들 규합”
“국회 경험 살려 정치 복원하겠다”
“불공정을 없애 청년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것”
“87년 체제 마감…새 시대 기틀 세울 것”
“공직 40년, 마지막 도전으로 보은하겠다”
“정권 교체 아닌 정치 교체가 시대정신”
“검찰·정치 독립 경험, 국정 운영에 강점”
최근 보수진영 내 대선후보 지지율 1·2위를 다투는 국민의힘 홍준표 대선 경선후보는 지난 19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30년 정치인생 동안 포기하지 않았던 원칙’을 이렇게 정의했다.
홍 후보는 “치열하게 정치하면서 수많은 뒷조사를 당했지만, 뒤가 깨끗하게 살았다”고 자부했다. 그는 “DJ(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저격수로 살 수 있었던 것도 창피한 짓 하지 않고 살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이 마지막 대권 도전”이라고 못 박은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40년이 넘는 공직생활 동안 나라에서 받은 혜택이 많다. 그걸 대통령이 되어 다시 나라에 돌려주고 싶다”는 3번째 대선 출마 이유를 밝혔다.
홍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19대) 완주 경험을 지니고 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한 자릿수대로 추락한 상황에서 대선 후보로 나선 그는 ‘개인기’ 하나로 기어코 24%의 득표율을 만들어 내며 2위로 선거를 마쳤다. 지난 20대 대선에서는 2030 세대의 지지를 받으며 대선 경선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당심’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밀리며 결국 본선 후보가 되는 데 실패했다.
홍 후보는 “그동안 ‘독고다이’(떠돌이) 정치로 잘 생존했지만 대선은 (독고다이가) 안 되더라”며 웃어 보였다. 그는 “이번엔 독고다이를 포기하고 당내 세력을 규합했다”며 “의원들과 당협위원장의 절반은 규합한 셈”이라고 의지를 내보였다.

정치인생 마지막 ‘피날레’를 준비하는 홍 후보를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 있는 그의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노무현 전 대통령때 시작된 보수·진보, 좌·우파의 갈등이 20년이나 됐다. 그리고 갈등이 극에 달한 게 이번 12·3 비상계엄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다. 이번 대선을 통해 당선된 대통령이 반드시 이 갈등을 완화하고 보수·진보와 좌·우파가 공존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이번에 되는 대통령은 반드시 양 진영이 공존하는 나라를 만들어 낼 정치력과 통치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본인에게 그런 정치력이 있다고 자부하나.
“그렇다. 나는 국회의원을 5번이나 한 의회주의자다. 여당 원내대표 때는 국회에서 밤새워 야당과 협상한 경험도 있다. 윤 전 대통령처럼 여의도를 멀리하는 일은 없을 거다. 지금은 정치가 없는 시대다. 나는 정치가 있는 시대를 만들 거다.”

―우선 대선에서 승리해야 한다. ‘반명 빅텐트’에도 적극 동참할 것인가.
“빠른 시일 내 빅텐트를 만들어야 한다. ‘중범죄자가 다스리는 나라를 원치 않는 사람들’과는 다 함께할 것이다. 다만 특정인을 언급하는 건 그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래도 묻고 싶다. 한덕수·이준석·유승민에 대한 입장을 말해달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해서는 상식 밖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대답하지 않겠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에 대해 말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해서는 그렇게 질문하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 우리 당 사람 아닌가. (연대가) 당연한 것 아닌가.”

―2030 세대의 지지를 많이 받고 있다. 그게 정치생활의 원동력으로 작용하나.
“그런 셈이다. 3년 전 대선 경선에서 젊은이들이 내게 열광해줬는데 본선 진출에 실패해서 미안했다. 당심에서 참패를 했는데……. 그때 특정 집단에서 (경선 여론조사에) 들어와서 몰표를 준 것도 있고, 문제가 좀 있었다. 하지만 아무 이의제기 안 하고 승복했다. 그것도 다 내 팔자라고 생각했다.”
―2030 세대가 본인을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자기들을 이해해주는 할배니까. 자기들 입장을 이해해주니까 친근감 있게 느끼는 거다. 오죽하면 ‘청년의 꿈’(소통 플랫폼)에서도 나보고 ‘할배’가 아니라 ‘형님’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실제로 젊은 사람들을 이해하려 노력을 많이 한다. 매일 두 아들하고 카카오톡으로 소통하며 젊은 세대의 가치관, 생활패턴을 다 듣는다. 아들들이 분가했어도 퇴근하면 본가에 와서 밤 11시까지 놀다 간다.
젊은이들이 열심히 살고, 열심히 일하면 그에 걸맞은 결과가 돌아오는 사회를 만들어주고 싶다.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에 불공정을 없애줘서, 청년들의 불안감을 해소해줘야 한다. 대통령이 되면 그런 잘못된 제도와 카르텔을 전부 깨줄 것이다.”

―2010년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통제받는 것이 가장 불쾌하다’고 했다.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나.
“그렇다. 통제는 곧 억압이다. 검찰이라는 엄격한 조직에서도 통제받기를 거부했던 사람이 나다. 그리고 그게 ‘30년 독고다이’ 생활에도 정치판에서 생존한 비결이다. 어느 계파에 들어가 따랐다면 진작 은퇴를 ‘당했을’ 것이다. MB(이명박 전 대통령)계였다면 그가 사라질 때, 친박(친박근혜)계였다면 지난 조기대선 때 정리대상이 됐겠지. 15대 국회에 입성해서 지금까지 현직에서 정치하는 사람은 우리 당에는 나와 김문수 형님뿐이다. 나는 무리 속에 끼어들지 않고, 내 힘과 능력 만으로만 살아가는 게 몸에 뱄다. 그래서 세류에 휩쓸리지 않고 오로지 내 판단대로 세상을 살아간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는 ‘독고다이’를 포기하겠다고 했다.
“세를 못 모으니 대선은 안되더라고(웃음). 이번에는 윤 전 대통령이 탄핵 소추된 이후 3달 동안 세를 모았다. 지난해 12월부터 당내 의원들과 당협위원장을 접촉했다. 지금까지 100여명의 동지들을 규합했다.”

―그만큼 절실한 마지막 대선이다. 선거에 임하는 각오는.
“검사 시절까지 합치면 공직생활만 40년이다. 그 40년을 전부 87년 체제에서 보냈다. 이제는 나라가 좀 달라졌으면 좋겠다. 이승만의 건국 시대, 박정희의 조국 근대화 시대, 김영삼과 김대중의 민주화 시대를 넘어 제7공화국 선진대국 시대를 내가 열고 싶다. 비유하자면 조선왕조 초기 태종 이방원의 역할을 맡고 싶다. 조선왕조 500년 역사의 기틀을 닦은 게 이방원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새 시대의 기틀을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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