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는 그저 자투리 돈일 수 있지만, 전북 완주에 사는 김규정(46)·홍윤주(43)씨 부부에게는 이웃을 향한 작은 기적의 시작이다.
김씨는 뇌병변 1급, 부인은 지적장애 2급. 부부는 10대 두 아들과 함께 살며 정부에서 지원받는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 수당에 의지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런데도 이들은 지난 15년 동안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었다. 김씨는 22일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찾아 조심스럽게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안에는 11만원의 성금이 들어 있었다. 그는 “생활이 빠듯해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게 나에겐 큰 기쁨”이라며 부끄러운 듯 웃음을 지었다.
기부의 시작은 2009년, 첫째 아이를 임신했을 무렵이었다. 장애를 안고 살아가지만, 아버지가 될 사람이면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이 ‘작은 나눔’이었다.
“우리는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살기 어려운 처지지만, 동시에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다는 것도 알았어요.”

이후 부부는 매달 생활비를 쪼개 한 푼, 두 푼을 모았다. 꼭 필요한 지출이 아니라면 돈을 아꼈고, 우유팩에 동전을 넣으며 기부금을 만들어갔다. 단돈 만원도 허투루 쓸 수 없는 형편이지만, 이들에게 기부는 삶의 일부가 됐다.
김씨는 “생활이 어렵지만,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작지만, 기부를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김씨 부부의 기부금을 완주 지역 저소득 장애 아동 가정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다.
공동모금회 관계자는 “기부금의 액수를 떠나 15년 동안 이웃을 위해 묵묵히 마음을 나누고 계신 부부의 사연은 누구보다 큰 감동”이라며 “작은 손길이지만 꾸준함이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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