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서 ‘FPA 메달’ 수상 만찬사
“추경 통과 땐 국가 안정 메시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중앙은행은 정부뿐 아니라 정치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외교정책협회(FPA)가 수여하는 메달을 받고 만찬사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고 한은이 전했다.

그는 “한은 총재로서 지난 5개월간 정치적 격동기를 겪으면서 중앙은행 독립성의 중요성을 이전과는 다른 각도에서 깨닫게 됐다”면서 “중앙은행이 정부로부터 자유로운 것뿐 아니라 정치로부터도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최근 한국과 같이 대통령과 국회 다수당이 근소한 득표율 차로 결정된 극심한 정치적 분열하에서 더욱 명확해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정치적 불안이나 코로나19 같은 극단적 상황에선 중앙은행의 정책에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총재는 “대통령 탄핵이 조기 대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재정 정책에 대한 양당의 견해가 상반된 가운데 재정 부양책을 언급할 경우 정치적 편향으로 비칠 수 있었다”고 지난 2월 추가경정예산(추경) 필요성을 언급했던 당시를 회고했다. 그럼에도 발언한 이유에 대해 그는 “계엄 사태 이후 내수가 예상보다 빠르게 위축되고 있어 금리 인하와 함께 어느 정도 추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추경안이 초당적으로 통과된다면 한국의 경제 정책만큼은 정치적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운영된다는 메시지를 국제 투자자들에게 줄 수 있어 국가신용등급을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중앙은행가는 정치적 중립을 유지해야 하지만, 케인스가 그의 스승 마셜을 가리켜 말했듯이 경제학자는 때로는 정치인만큼 현실적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은에 따르면 미국 비영리 기관인 외교정책협회가 수여하는 메달은 국제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책임감 있는 글로벌 리더십을 보여준 인물에게 수여하는 권위 있는 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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