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이후 대부분 물가 하락세
사실상 인플레이션 없다” 주장
“유럽 7차례 금리 인하” 지적도
美 주가 폭락 등 시장에 직격탄
양측 갈등 인한 향후 파장 주목
트럼프 지지율 42% ‘2기 최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1기에 이어 또다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흔들기’에 나서고 있다.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자 공개적으로 “심각한 실패자”(a major loser)로 부르며 압박했다. 이에 따라 미국 주식 가격과 국채 가격, 달러화 가치도 일제히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의장의 갈등이 지속될 경우 향후 시장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미스터 투 레이트’(Mr. Too Late·‘의사결정이 매번 늦는다’는 의미)이자 심각한 실패자(파월 의장을 지칭)가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경기 둔화가 있을 수 있다”고 적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금리의 ‘선제적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자신의 취임 후 에너지 비용, 식료품 가격 등 대부분의 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사실상 인플레이션은 없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유럽은 이미 일곱 번이나 금리를 인하했다”며 파월 의장이 조 바이든 전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이 당선되도록 “돕기(help) 위해” 금리를 내렸을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결정이 늦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9월 연준은 여덟 번의 금리 동결 끝에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했는데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이 결정이 대선 후보였던 해리스 전 부통령을 돕는 것이라고 반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파월 흔들기’에 시장은 즉시 반응했다. 이날 미국 주가가 폭락하고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를 반영한 달러 인덱스가 2022년 3월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관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과의 대치를 계속할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파월 의장이 내년 5월 임기 만료 전 자진 사임할 뜻이 없음을 피력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사퇴 압박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잇달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관세 파장을 우려한 파월 의장의 연설 내용을 지적하며 “파월의 임기는 빨리 종료돼야 한다”며 “내가 그의 사임을 원하면 그는 매우 빨리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18일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팀은 그 문제(파월 의장 해임)에 대해 계속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법에 따르면 연준 의장 해임은 부정행위 등의 사유로만 가능해 금리 결정 이견만으로 파월 의장을 내몰기는 어렵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때리기’를 계속하는 것은 연준의 독립성에도 불구하고 공개적인 금리 인하 압박이 어느 정도 연준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프란체스코 비앙키 미 존스홉킨스대 경제학 교수는 경제전문매체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이 대통령의 지시를 받는 것은 아니지만 간접적인 연결고리가 있다”며 트럼프 1기 때인 2018년 연준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메시지로 인해 시장 참여자들이 향후 금리 수준에 대한 기대치를 전반적으로 낮췄다고 지적했다. 비앙키 교수는 “시장의 기대치를 움직일 수 있다면 이미 실제 정책을 움직이는 데 절반은 성공한 것”이라며 “첫 임기 때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중단하고 인하를 시작한 것은 부분적으로 이런 압박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관세 정책이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물가 상승 등의 우려가 현실화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적시에 금리를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책임을 파월 의장에게 돌릴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미국 성인 4306명을 대상으로 지난 16일부터 21일까지 실시해 이날 공개한 전국 여론조사에 따르면 직무수행 긍정평가율은 42%로 나타났다. 지난 1월 20일 취임 뒤 최저치다. 취임 당시 지지율은 47%였다. 특히 응답자의 59%는 미국이 국제무대에서 신뢰를 잃고 있다고 답했다. 고율 관세 정책,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협상 국면에서의 친러시아 행보, 동맹 경시 행보 등이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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