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구별 무단투기단속반 운영
종량제봉투 뒤져 개인정보 수집
내용물 확인 최대 30만원 과태료
강남구, 고무장갑 분리배출 안내
다른 곳선 종량제 봉투 허용 등
지역별 기준도 달라 시민 ‘골머리’
시민들 “과도한 단속” 불만 고조
區 “관리 안 하면 처리비용 심각”
“고무장갑을 일반쓰레기 봉투에 넣었다고 과태료가 10만원이나 나왔어요.”
이달 초 한 커뮤니티에 서울 강남구에서 고무장갑을 재활용이 아닌 일반 종량제봉투에 버렸다가 과태료를 물게 됐다는 글이 확산하면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후기가 잇따랐다.

한 누리꾼은 “귤껍질은 동물이 먹을 수 없을 거 같아서 일반 쓰레기인 줄 알고 종량제봉투에 버렸다가 구청에서 과태료 10만원을 물었다”며 “공무원이 쓰레기를 뒤져서 택배송장 보고 찾아왔다”고 토로했다. 다른 이도 “쓰레기를 다 뜯어서 개인정보가 있나 확인했다”며 “배달영수증 사진을 찍어서 과태료를 물렸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각 자치구는 자체 무단투기단속반을 운영해 쓰레기 단속에 나서고 있다. 이들이 종량제 쓰레기봉투 속을 뒤져 음식물이나 플라스틱, 비닐 등 적절하지 않은 것들이 버려졌는지 확인하고, 배출된 곳을 특정할 수 있는 택배송장이나 우편물, 영수증 등을 찾아 과태료를 물리고 있다. 1회 위반 시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최대 30만원까지 금액은 늘어난다.
일부 시민들은 이처럼 개인정보까지 뒤져 쓰레기를 단속하는 것이 과도하다고 불만을 쏟아낸다.
강동구에 사는 강모(24)씨는 “쓰레기 파파라치와 다를 게 무엇인가”라며 “분리배출이 중요하긴 하나 우리나라 정도면 분리배출 비율이 높은 축에 속하는데 과한 정책 같다”고 했다. 용산구민 A(27)씨는 “누가 쓰레기통을 뒤져서 뭐가 들었는지 본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며 “개인정보를 악용하는 사람이 있을까 봐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각 자치구는 쓰레기 분리배출을 계도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반 종량제쓰레기는 수거 대행업체를 통해 소각장으로 보내진다. 그 과정에서 쓰레기봉투에 음식물 등이 있다면 소각장에서 수거거부를 당하기 때문이다. 일반 생활쓰레기가 아닌 것을 태우면 유해물질로 환경이 오염될 수 있고 온도가 더 높게 올라 소각 설비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결국 수거가 거부된 쓰레기는 매립지로 가야 하는데 비용이 더 비싸다.
이선희 양천소각장 주민감시협의체 과장은 “쓰레기가 오전 5시에 소각장에 도착하면 감시원 4명이서 반입대수의 10% 정도를 표본검사 하는데 혼합배출 문제가 심각하다”며 “음식물도 있지만 이불이나 옷, 건축자재, 흙, 섬유, 고양이 모래, 톱밥 등 종량제봉투에 버려선 안 되는 것들이 포함돼 있어 환경적인 문제가 우려된다”고 했다.
같은 서울이라도 자치구마다 조례로 정하는 쓰레기 배출 기준이나 안내가 제각각이라 주민 혼란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남구의 경우 고무장갑을 비닐류로 분리배출하도록 안내하지만 강서구, 강동구, 송파구 등 대부분 자치구는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버리도록 하고 있다. 강남구 관계자는 “쓰레기 분류기준이 다르다는 지적이 있어 자치구 조례를 개정해 기준을 맞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일껍질의 경우에는 코코넛·파인애플 등 딱딱한 것은 일반 쓰레기로, 수박·사과·귤껍질 등은 음식물 쓰레기로 분류해야 한다. 딱딱하다는 기준이 애매하지만 상당수 자치구가 귤껍질 등의 세세한 분류기준을 홈페이지에 안내하고 있지 않았다. 닭 뼈는 일반 쓰레기이지만 닭살이 붙어 있다면 음식물 쓰레기로 걸릴 수 있어 이를 분리해야 한다. 환경부의 ‘내 손안의 분리배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선 일반적인 기준을 확인할 수 있다.
윤순진 서울대 교수(환경대학원)는 “단속을 통해 사람들이 과태료를 피하려고 신경 쓰도록 하는 것보다 혼합폐기물 문제의 심각성 등을 잘 홍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환경문제 해결에 내가 동참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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