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메시지 24시간 안 돼 선종
“죽음이 마지막 아님을 기념하는 날”
고향 아르헨티나 등 1주 애도기간
명동성당서도 조문 행렬 이어져
“영적 부모가 돌아가신 것과 같아”
세월호 유족 김영오씨 “위로 생생”
“주님은 기독교 교회를 위해 가장 아름다운 날을 선택하셨습니다. 부활절은 기독교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날이자, 죽음이 마지막이 아니라는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가톨릭 수도회 중 하나인 살레시오회에 속한 스페인의 세르히오 코데라 신부는 21일(현지시간) “주님께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기 위해 이날을 택하셨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부활절 메시지를 낸 지 24시간도 안 돼 선종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고인을 추모했다.

바티칸=AP연합뉴스
◆종교, 국경 초월 애도 한목소리
성베드로 광장에 나와 있던 한 남성은 영국 BBC방송에 “어제 부활절 미사에서 교황을 뵙고 축복을 받았는데, (돌아가셨다니) 너무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다른 여성도 “그는 자신에게 부여된 의무를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며 “어제 그렇게 몸이 좋지 않았는데도 부활절 미사에 참여해 우리에게 말씀을 주셨다”고 말했다.
교황의 선종 소식에 바티칸이 있는 유럽과 고인이 태어난 라틴아메리카 대륙뿐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에서도 빈자의 벗이자 종교를 초월해 지구촌 곳곳을 누비며 평화와 공존의 씨앗을 뿌린 고인을 추모하는 물결로 뒤덮였다.

국민의 약 80%인 8500만명이 가톨릭 신자인 필리핀에서는 전국 성당에서 추모의 종이 울렸고 마닐라 대성당 등에선 이날 특별 미사가 열렸다. 해변 도시 링가옌의 소크라테스 빌레가스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 시대의 예수”라고 했으며,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고인을 “내 생애 최고의 교황”이라고 했다.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의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도 “다양성 안의 통합을 추구했던 당신의 메시지는 항상 우리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이라며 조의를 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인도네시아를 방문, 자카르타에서 가장 큰 모스크(이슬람 사원)에서 열린 종교 간 대화에 참석한 바 있다.

로마=로이터연합뉴스
일본은 원자폭탄 피폭지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찾아 반핵(反核) 메시지를 전한 교황을 잊지 않는 분위기였다. 일본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의 요코야마 데루코는 NHK방송에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뜻을 전달하는 도중에 돌아가셔서 안타깝다”며 “차기 교황도 평화를 위해 고인의 뒤를 이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유족 “위로 잊지 못해”
22일 서울에는 적잖은 비가 내렸지만 오후 3시부터 마련된 ‘주교회의 공식 분향소’에 시민들 발길이 이어졌다. 우산을 쓴 조문 행렬이 명동성당 외벽을 반바퀴 두를 정도였다.

서울 용산구 해방촌에서 왔다는 이영숙(71)씨는 “이 사회의 최고 어른이신데 영원한 안식을 얻으시고 좋은 데 가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왔다”고 말했다. 세례명이 미카엘라라고 밝힌 60대 서울 은평구 거주 여성은 “가난하고 불쌍하고 소외된 이들과 종전을 위해 평화 메시지를 내던 교황님이 돌아가셨다”며 “영적 부모가 돌아가신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성당 곳곳에선 외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독일에서 남편, 두 아들과 함께 관광차 한국을 방문했다는 안드리아(60)는 “선종 소식을 듣기 전부터 명동성당이 마지막 일정이었다”며 “천주교 신자로서 한번쯤 와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오후 3시10분쯤 명동성당을 찾아 10분가량 조문을 마치고 나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애도가 이어졌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김유민양의 아빠 김영오씨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딸을 잃고 괴로움에 몸부림칠 때 (2014년 방한한 교황이)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고서 제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시며 마음에 평온을 빌어주시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그때 받은 위로와 사랑을 평생 잊지 못한다. 이 시대의 진정한 어른이자 참된 종교인이셨던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영원한 안식을 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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