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의 ‘예능 토론회’가 도마 위에 올랐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치러지는 대선임에도 여당이 흥미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다. 당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토론의 관심도를 높였다는 긍정 의견도 공존한다.
22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당 경선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경선 토론회에서 MBTI(성격유형검사) 자기소개, 밸런스 게임 등 ‘예능적 요소’를 대거 도입했다. 자칫 딱딱한 분위기로 흐를 수 있는 토론회에 예능적 요소를 가미해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이를 지지율 상승으로 연결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밸런스 게임이다. 지난 20일 열린 경선 B조 토론회에서 청년 MC는 다시 태어나면 ‘바퀴벌레로 태어나기’, ‘자동차 바퀴로 태어나기’를 연습게임 문제로 냈다.
그러자 홍준표 후보는 “둘 다 싫다. 다시 그런 거로 태어나기는 싫다. 다시 태어날 일도 없고. 그러니까 둘 다 싫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자동차 바퀴를 골랐던 나경원 후보도 선택 이유를 묻는 말에 “저도 별로 답변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진 ‘둘 중 한 사람을 반드시 변호사로 선임해야 한다면’이라는 질문에선 ‘검사사칭범’과 ‘입시비리범’이 보기로 제시됐다. 각각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를 겨냥한 것인데, 이 질문에도 홍 후보는 ‘둘 다 싫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후보들이 각각 자신의 MBTI를 밝힌 부분도 비판 대상이 됐다. 토론의 본래 목적과 맞지 않고, 격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당내에서도 자당 후보들을 스스로 희화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국민의힘 김근식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전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우리 당이 석고대죄하고 출발해도 부족한 상황이다. 대통령이 파면당한 다음 우리 책임으로 치르는 대선인데 (토론회 기획을) 예능 프로그램 같이 짜놨더라”며 “MBTI니 밸런스 게임 이런 걸 하던데 이게 지금 과연 엄중함에 대한 인식이 있느냐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흥행도 어떤 흥행이냐가 중요한데, 어설픈 예능 쇼를 보는 느낌이었다”며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과 보수를 어떻게 세울 것인가, 어떤 정책으로 국민에게 도움을 줄 것인가 이런 얘기가 나와야 하는데 그저 편안한 정당의 후보자들 토론회 같았다”고 혹평했다.

토론회를 지켜본 국민의힘 지지자 등 시민들도 대부분 비판적 반응을 보였다.
40대 권모씨는 “윤 전 대통령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국민의힘 지지자라 이번 토론회를 챙겨봤다”며 “이 정당이 불과 며칠 전 파면된 대통령을 배출한 당이 맞나 싶을 정도로 책임감이 없어 보여서 아쉬웠다”고 비판했다.
반면 기울어진 운동장에 놓인 국민의힘 입장에서 토론 화제성을 높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반론도 있다.
30대 강모씨는 “후보자의 공약이나 비전과는 거리가 먼 질문이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국민적 관심을 더 끌지 않았나”라며 “MBTI 역시 잘 알기 어려운 후보자들의 성격을 가늠해보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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