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1.0%로 전망했다. 1월 전망(2.0%)과 비교해 성장률을 1.0%포인트나 하향 조정한 것이다.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종전보다 0.5%포인트 낮아진 가운데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 하락폭은 주요국 중에서도 두드러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촉발한 ‘관세전쟁’ 충격이 다른 나라보다 한국에 더 클 것이라고 예측된 셈이다. 미국과 중국 간 보복관세 등 대립이 장기화할 경우 올해 한국 성장률이 0%대까지 추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IMF는 22일(현지시간) 발표한 ‘4월 세계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1.0%로 전망했다. 3개월 전인 지난 1월 전망(2.0%) 대비 1.0%포인트 내려 잡은 것으로, 이는 국내외 기관 전망치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앞서 정부는 올해 성장률을 1.8%(1월), 한국은행은 1.5%(2월)로 전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아시아개발은행은행(ADB)은 각각 3월과 4월에 1.5%로 예측한 바 있다.
IMF는 한국의 성장률을 크게 하향 조정하면서 구체적 평가 없이 수치만 제시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관세 영향은 물론이고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안 좋았던 점이 종합적으로 반영돼 성장률이 하향 조정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 하락폭은 주요국과 비교해도 눈에 띈다. IMF는 이번 전망에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8%로 전망, 종전(3.3%) 대비 0.5%포인트 낮췄다. 국가별로 미국은 정책 불확실성, 무역 긴장, 소비 회복 지연 등이 반영되면서 1월 전망(2.7%)보다 0.9%포인트 낮은 1.8%로 하향 조정됐다. 일본은 0.6%로 종전(1.1%)보다 0.5%포인트 낮아졌고, 영국도 1.6%에서 1.1%로 0.5%포인트 하락했다. 독일은 0.3%에서 0%로 낮아졌고, 프랑스도 0.8%에서 0.6%로 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개발도상국 중에서는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1월 4.6%에서 4.0%로 하향 조정됐다. 지난해 4분기 중국의 성장률이 예상보다 견조했고, 재정확대 기조가 예상됨에도 미국의 관세조치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클 것이라고 IMF는 평가했다. IMF는 또 멕시코의 경우 미국의 관세 부과, 지정학적 긴장 등을 반영해 1월 전망(1.4%)보다 1.7%포인트 하향 조정, 올해 역성장(-0.3%)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IMF의 이 같은 전망은 트럼프 미 행정부가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한 이후인 이달 4일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IMF는 이와 별도의 ‘보완전망’을 통해 상호관세 부과일(4월2일) 이전의 세계경제 전망치, 상호관세 유예 및 미·중 보복관세 시행(4월9일) 이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제시했다. IMF에 따르면 4월2일 이전 기준 세계경제 전망치는 3.2%로 1월 전망(3.3%)보다 0.1%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반면 4월9일 이후 기준으로는 “상호관세 90일 유예의 효과가 미국과 중국의 성장률 하락으로 상쇄돼 (세계경제는) 2.8% 성장할 것”이라며 비관적으로 예측했다.
IMF는 현재 세계경제가 하방 요인에 집중돼 있다고 진단했다. 위험요인으로는 △무역갈등 등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소비·투자 위축 △고금리 및 높은 부채수준으로 인한 재정·통화 정책 여력 부족 △주가 및 시장가격 재조정 가능성 등 금융·외환시장의 높은 변동성 등을 들었다. IMF는 다만 “미국 관세 조치 인하와 상호 협상 등이 진전될 경우 세계경제의 상방 조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IMF는 “예측가능한 무역환경 조성을 위해 무분별한 산업 보조금을 지양하고, 지역·다자간 무역협정 확대를 통한 무역 분절화 방지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금융시장 안정과 기대 인플레이션간의 균형을 유지하는 신중한 통화정책과 건전한 재정운용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이어 “자본 변동성 확대에 대응해 국가별 금융·외환시장 성숙도에 맞는 적절한 개입 및 건전성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면서 “중기 성장잠재력 회복을 위한 여성·고령층의 노동 참여 제고와 인공지능(AI)·디지털 기술 투자확대, 규제 정비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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