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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노벨상 후 첫 신간… 8살 때 쓴 詩도 담겨

입력 : 2025-04-22 23:00:00 수정 : 2025-04-22 21: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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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집 ‘빛과 실’ 23일 출간
‘북향정원’ 등 미발표 산문 3편
노벨상 수상 강연문과 시 수록
정원 등 직접 찍은 사진 눈길

한강(사진)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첫 신간이 공개됐다. 22일 문학과지성사는 한강의 산문집 ‘빛과 실’이 23일 출간되며, 오프라인 서점에선 24일부터 판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172쪽 분량의 책에는 시 다섯 편을 포함해 총 열두 편의 글이 실렸다. 표제 ‘빛과 실’은 한강이 지난해 12월 스웨덴 한림원에서 발표한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 제목에서 따왔다. 책에는 강연 전문과 시상식 직후 작가가 연회에서 밝힌 수상소감 ‘가장 어두운 밤에도’, 노벨상 박물관에 찻잔을 기증하며 남긴 메시지 ‘작은 찻잔’이 수록됐다.

이 책에서 처음 공개된 글은 산문 ‘북향 정원’, ‘정원 일기’, ‘더 살아낸 뒤’ 세 편이다. 이 밖의 산문 1편과 시 5편은 문예지 등을 통해 발표됐던 글이다.

‘북향 정원’에는 작가가 2019년 네 평짜리 북향 정원이 딸린 집을 얻고 정원을 가꾸며 경험한 일들이 담겼다. 빛이 잘 들지 않는 북향 정원에서 식물을 기르며 작가가 빛의 존재를 의식하는 과정이 섬세하게 표현됐다.

작가는 마당에 탁상용 거울 여덟 개를 설치해 식물에 반사광을 쬐어주었다고 한다. 그는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빛의 각도에 따라 거울의 위치를 바꾸며 “지구가 자전하는 속도의 감각을 그렇게 익히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 일이 나의 형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것을 지난 삼 년 동안 서서히 감각해왔다”고 고백한다.

“그렇게 내 정원에는 빛이 있다.//그 빛을 먹고 자라는 나무들이 있다./잎들이 투명하게 반짝이고 꽃들이 서서히 열린다.”(산문 ‘북향 정원’ 부분)

‘정원 일기’는 작가가 정원을 가꾸며 겪은 일을 날짜별로 기록한 일기 형식의 글로, 변화하는 식물들의 모습이 주를 이룬다. ‘더 살아낸 뒤’는 글쓰기가 그의 삶에 어떤 의미인지 드러내는 두 쪽에 걸친 짤막한 산문이다.

산문 중간중간에는 작가가 직접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이 실려 눈길을 끈다. 한강의 정원과 작업 공간, 기증한 찻잔 등을 담은 사진들은 모두 작가가 직접 촬영했다고 한다.

책의 마지막 장에 수록된 사진은 한강이 ‘빛과 실’ 강연에서 언급한 유년 시절에 쓴 시의 원본이다.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팔딱 뛰는 나의 가슴 속에 있지.//사랑이란 무얼까?/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주는/아름다운 금실이지.” 한강은 여덟 살 나이에 삐뚤빼뚤한 글씨로 쓴 이 시를 언급하며 “첫 소설부터 최근의 소설까지, 어쩌면 내 모든 질문들의 가장 깊은 겹은 언제나 사랑을 향하고 있었던 것 아닐까?”라고 말한 바 있다.


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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