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와 경기 둔화가 장기화되면서 백화점, 대형마트를 비롯한 유통업계 전반에 걸쳐 소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 업계는 최근 주얼리, 뷰티, 키즈, 식품 등 특정 카테고리를 세분화한 프리미엄 전문관을 앞다퉈 선보이며 고급화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초프리미엄 소비층을 위한 전용 라운지와 프라이빗 쇼핑룸, 고급 컨시어지 서비스도 잇따라 확대되는 추세다.
각 백화점의 연간 매출에서 VIP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이 각각 45%, 현대백화점은 43%, 갤러리아백화점은 무려 51%에 달한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최근 1층에 ‘반클리프 아펠’, ‘그라프’ 등 세계적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를 새롭게 입점시켰다. 작년 말에는 7층 키즈관을 ‘프리미엄 키즈관’으로 리뉴얼하며 고소득 육아 소비층을 공략 중이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신관을 패션·식음료 중심 공간인 ‘디 에스테이트’로, 옛 제일은행 본점을 럭셔리 부티크 전문관 ‘더 헤리티지’로 탈바꿈시켰다. 오는 하반기에는 본관 전체를 리뉴얼해 국내 최대 규모의 루이비통과 에르메스 매장이 들어설 ‘더 리저브’를 오픈할 계획이다. VIP 고객 전용 라운지도 기존 4개에서 6개로 확대된다.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은 최근 병당 240만~270만원에 달하는 보르도 5대 샤토 와인을 한 잔(30㎖) 단위로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 글라스 와인 바’를 선보였다. 슈퍼마켓에서는 수산물 구매 시 셰프가 반조리 상태로 손질해주는 서비스, 푸드코트에서는 자리로 음식을 서빙하고 식사 후 정리까지 도맡는 고급 맞춤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압구정 명품관 웨스트관을 고급 공간으로 리뉴얼 중이다. 상반기 중 스위스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 모저앤씨(H. Moser & Cie), 독일 프리미엄 주얼리 브랜드 벨렌도르프(Wellendorff)를 국내 최초로 선보일 예정이다.
반면 대형마트와 편의점, 드럭스토어, 온라인 플랫폼 등은 가성비에 집중한 실속 전략으로 소비자 지갑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식료품을 중심으로 한 자체 브랜드(PB) 상품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마트는 ‘피코크’, ‘노브랜드’ 등 인기 PB 상품을 앞세워 PB 매출 비중이 2020년 8%에서 2023년 11%로 상승했다. 올해 1분기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홈플러스는 ‘홈플러스 시그니처’, ‘심플러스’ 등의 PB 매출이 2020년 5%에서 올해 3월 기준 10%로 증가했다.
롯데마트 역시 ‘요리하다’, ‘오늘 좋은’ 등의 PB 상품 판매 호조에 힘입어 올해 1분기 PB 매출 비중이 처음으로 10%를 돌파,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실속 소비 트렌드는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CJ올리브영은 전체 판매 제품 중 중소기업 제품 비중이 80% 이상으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뷰티 제품을 다양하게 취급하고 있다.
아성다이소는 모든 제품을 5000원 이하 가격에 판매하며, 최근에는 생활용품뿐 아니라 화장품, 의류, 건강기능식품까지 품목을 확대 중이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합리적 가격의 디자이너 브랜드를 내세워 2030 소비자층의 지지를 얻고 있으며, 편의점 업계도 이에 발맞춰 비식품군 강화를 통해 매출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GS25는 지난달 무신사와 협업해 재킷, 티셔츠 등 의류 12종을 상시 판매하기 시작했고, 세븐일레븐도 이달 중 PB 티셔츠 상품군을 신규 출시하며 의류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진 유통 소비 시장에서 각 업계는 ‘프리미엄과 가성비’라는 양날 전략을 내세워 고객층 세분화와 수익 다변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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