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3 비상계엄과 동일한 친위쿠데타인 1972년 10월17일 유신시절 박정희 정권의 비상계엄 직후 국회의원직을 박탈당한 뒤 육군보안사령부(보안사, 현 국군방첩사령부)에 불법 연행돼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한 고 김상현 전 의원(1935~2018).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해당 사건을 비롯해 23개 사건을 공식 인정했다.

진실화해위는 23일 오후 열린 제108차 전체위원회에서 ‘국회의원 불법구금 등 인권침해 사건(고 김상현)’에 대해 중대한 인권침해라며 진실규명(피해 확인) 결정을 내리고 “국가는 유족에게 사과하고 화해를 이루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했다. 김 전 의원의 배우자인 정희원씨가 지난 2022년 1월 진실규명을 신청한 데 따른 것이다. 1기 진실화해위가 활동하던 2009년 김 전 의원이 직접 진실규명을 신청해 조사가 진행됐으나 개인 사정으로 신청을 취하하면서 조사가 중단된 바 있다.
이날 제108차 위원회에서 결정된 ‘국회의원 불법구금 등 인권침해 사건’은 고 김상현 전 국회의원이 1972년 10월17일 비상계엄 직후 박정희 당시 대통령의 국회 해산에 의해 국회의원직을 박탈당하고 육군보안사령부에 의해 불법연행·구금돼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한 사건이다.
진실화해위는 조사 결과 김씨가 당시 헌법에도 없던 초헌법적 국회 강제 해산 조치로 국회의원직을 박탈당해 직업 선택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당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김씨가 유신체제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1972년 11월21∼29일 불법구금됐고 조사 과정에서 맨몸 구타, 전기고문 등을 당한 것으로 봤다.
진실화해위는 김씨와 유사하게 국회의원직을 박탈당하고 육군보안사령부 등으로부터 고문당한 것으로 확인된 피해자 고 조모 씨 등 11명에 대해서도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진실화해위는 국가의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로 발생한 중대한 인권침해에 대해 유족에게 사과하고 화해를 이루는 적절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밖에 문교부(현 교육부)가 학교에서 문제아로 판단한 중·고생들을 강제로 학생교육원에 보내 11일 또는 19일간 삼청교육대와 유사한 특수훈련 등을 받도록 한 ‘중고생 순화교육 사건’도 진실규명에 나선다.
조사 결과 1981년부터 1988년까지 4700여명(1983년 미포함)의 중고생이 순화교육을 받은 걸로 파악됐으며 가혹행위와 인격모독, 성폭력이 있었던 사실도 확인됐다.
이 외에도 진실화해위는 ‘해안 의용군 사건’에 연루된 해군 소령 고 전모 씨 불법구금 등 인권침해 사건, 전주·목포 형무소 재소자 14명이 한국전쟁 발발 직후 정치·사상범이라는 이유로 경찰과 국군에 의해 희생당한 사건 등도 진실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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