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치 불안·美 관세 여파
관세충격 본격화 땐 악화 가중
글로벌 IB들 0%대 중반 전망
민간소비·투자·수출 모두 ‘마이너스’
2분기 기저효과로 플러스 전환 예상
한은, 2025년 성장률 1.5%서 대폭 내릴 듯
JP모건 0.5%·씨티은행 0.6%로 하향
1분기(1∼3월) 우리나라 경제가 국내 정치 불안과 미국 관세정책 불확실성 여파로 0.2% 역성장을 기록했다. 네 분기 연속 0.1% 이하 성장에 그친 것은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그러나 이는 관세 충격이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올해 연간 성장 전망치를 0%대 중반으로 낮춰 잡았다.
한국은행은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2%로 집계됐다고 24일 발표했다. 이는 지난 2월 한은의 전망치(0.2%)보다 0.4%포인트나 떨어진 것이다. 분기별로 지난해 2분기 -0.2%를 기록한 후 3분기와 4분기 각각 0.1%에 그치다가 세 분기 만에 다시 뒷걸음질쳤다.

지난해 2분기도 -0.2%였지만 이는 전분기(1.3%)의 깜짝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 때문이었다. 반면 올해 1분기는 전분기 성장률이 0.1%였고, 자세한 수치도 더 낮아 2022년 4분기(-0.5%) 이후 9개 분기 만에 최악이다. 이는 지난해 4분기 대비 △민간소비(-0.1%) △정부소비(-0.1%) △건설투자(-3.2%) △설비투자(-2.1%) △수출(-1.1%) 등이 모두 감소한 결과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국내 정치 불안 장기화와 미국 관세정책 예고에 따른 통상환경 불확실성 확대가 소비와 투자 심리 회복을 지연시켰다”며 “고성능 반도체 수요 이연, 일부 건설현장 공사 중단, 대형 산불 등 이례적인 요인까지 성장의 하방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성장률을 끌어내린 주요인은 내수 부진이다.

올해 1분기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0.6%포인트로, 전 분기(-0.2%포인트)보다 더 나빠졌다. 3개월 동안 성장률을 0.6%포인트나 갉아먹으며 순수출(수출-수입)의 기여(+0.3%포인트)까지 상쇄해 버린 것이다.
특히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건설투자가 성장을 0.4%포인트나 깎아내리며 지난해 2분기 이후 네 분기 연속 하방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국장은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면서 주요 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오르면서 건설업체 수익성이 악화했다”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미분양 증가에 따른 주택 경기 부진 등 구조적 요인이 지속되고 있어 빠르게 회복되기도 어렵다”고 내다봤다.
한은은 2분기에 성장률이 플러스로 전환하되 2월에 예상한 0.8%에는 못 미칠 것으로 봤다. 조기 대선 후 국내 정치 불안이 해소되고 1분기 기저효과 등을 기대할 수 있지만, 미국의 상호관세 영향이 반영되기 시작하면 수출 감소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한은은 다음달 29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당초 1.5%에서 대폭 내릴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미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2%(1월 전망치)에서 1%로 낮췄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이날 한국의 성장률을 0.5%로, 씨티은행은 0.6%로 각각 하향조정했다.

우리 경제가 1% 미만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1956년(흉작 등) 0.7% △1980년(오일 쇼크) -1.5% △1998년(외환 위기) -4.9% △2009년(글로벌 금융위기) 0.8% △2020년(코로나19) ?0.7% 등 5차례뿐이다.
전문가들은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 정부가 더딘 예산 집행으로 충격을 키웠으며,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더라도 1%대 성장을 지키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불확실성에 따른 교역 둔화를 고려하면 수출은 2분기 중 추가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정부가 12조2000억원 규모 추경을 편성했고 의회가 추가 증액을 시사했지만 수출 부진 심화 및 제한된 내수 회복으로 인해 0%대 성장 진입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7%로 내리면서 “IMF가 전망한 올해와 내년 한국 성장률을 감안하면 2023∼2026년 평균 성장률은 1.5%로, 아무리 잠재 성장 수준이 낮아졌다고 해도 한국 경제는 사실상 중장기 불황에 진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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