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포 변신’ 李, 첫 2경기 연속 아치
삼진 두려워 않고 큰 타구 노려
SF는 7-8 석패… 6호포 빛바래
金 ‘MLB 마수걸이포’
동점 솔로포로 다저스 대승 견인
메이저 승격 후 0.360 고타율 뽐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뛰고 있는 한국인 빅리거들이 동반 대포를 쏘아올리며 함께 웃었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빅리그 데뷔 첫 두 경기 연속 홈런으로 힘자랑을 했다. 여기에 김혜성(26·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은 MLB 데뷔 후 첫 대포를 쏘는 짜릿한 손맛을 봤다.
이정후는 한국에서 뛸 때 최고의 교타자로 군림했다. 신기에 가까운 콘택트 능력과 배트 컨트롤을 바탕으로 한 안타 생산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여기에 정교한 선구안까지 더해져 삼진 304개를 당하는 동안 얻어낸 볼넷이 무려 383개일 정도로 좀처럼 삼진을 당하지 않았다. KBO리그 7시즌 통산 타율 0.340(3476타수 1181안타)은 3000타석 이상 소화한 역대 타자 중 단연 1위였다. 다만 KBO리그에서는 장타력은 그리 돋보이지 않았다. 7시즌 동안 두 자릿수 홈런은 2020년(15홈런), 2022년(23홈런) 두 차례에 불과했다.

KBO리그를 평정하고 빅리그에 진출한 이정후는 MLB 2년 차 들어 타격 메커니즘이 다소 달라진 모습이다. 삼진 당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큰 타구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런 기조 때문에 올 시즌 삼진(22개)이 볼넷(11개)에 비해 2배 많지만, 전체 안타(48개)에서 2루타 이상의 장타가 19개로 장타율이 0.482에 달할 만큼 장타 비중이 크게 늘었다.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마감한 지난해엔 38개의 안타 중 장타가 6개(2루타 4개, 홈런 2개)에 불과했고 장타율도 0.331에 그쳤다.
장타 생산에 눈을 뜬 이정후가 빅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2경기 연속 홈런을 때려냈다. 이정후는 1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2025 MLB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홈경기에 3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장했다. 세 타석 연속 범타로 물러난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가 4-8로 뒤진 7회 무사 1루에서 상대 투수 라인 넬슨의 4구째 시속 138㎞짜리 체인지업을 걷어올려 우중간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는 120m, 타구 속도는 시속 163.7㎞였다. 전날 7-4로 앞선 8회에 쐐기 3점포를 때려냈던 이정후는 두 경기 연속으로 좌타자에게 악명 높은 홈구장 오라클 파크의 우측 외야의 7.3m짜리 높은 담장을 넘기는 힘을 보여줬다. 시즌 6호 홈런. 지난달 뉴욕 양키스와의 3연전에서 홈런 3개를 몰아쳤지만, 3연전 첫 경기에서 홈런 1개, 마지막 경기에서 연타석 홈런을 때려내 2경기 연속 홈런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이정후의 추격포에도 샌프란시스코는 7-8로 분패했다.
이날 경기를 5타수 1안타 2타점 1득점으로 마쳤다. 시즌 타율은 0.288에서 0.286(168타수 48안타)으로 다소 떨어졌지만, 홈런 덕분에 OPS는 0.805에서 0.812로 올랐다.

이정후와 KBO리그 키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김혜성도 이날 빅리그 데뷔 첫 홈런포를 날리는 기쁨을 맛봤다. 홈 구장인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슬레틱스와 경기에 9번타자 2루수로 선발 출장한 김혜성은 다저스가 2-3으로 뒤진 5회 선두타자로 나섰다. 그리고 상대 선발 거너 호글런드의 2구째 시속 148㎞ 직구를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동점 솔로포를 쏘아올리며 환한 미소로 베이스를 돌았다. 타구 속도는 시속 167.8㎞, 비거리는 117.3m였다.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한 김혜성은 트리플 A에서 타율 0.252(115타수 29안타), 홈런 5개를 기록한 뒤 지난 4일 메이저리그로 승격됐다. 그리고 이날 기분 좋은 빅리그 마수걸이 포를 터뜨리며 2타수 2안타로 맹타를 휘두른 뒤 6회 대타로 교체됐다. 김혜성의 시즌 타율은 0.360(25타수 9안타)으로 상승했고, 1홈런 3타점 2도루를 기록 중이다. 다저스는 9-3으로 승리했다.
한편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배지환(26)은 뉴욕 메츠와 원정 경기에 8번 타자 중견수로 나서 5회 선두 타자로 나와 기습 번트 안타로 시즌 1호 안타를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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