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상포진 백신 접종을 하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간 대상포진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키운다고 알려져 왔는데, 백신 접종으로 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연동건 교수 연구팀은 2012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의 50세 이상 개인 약 220만 명을 포함한 대규모 의료 빅데이터를 구축해 이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대상포진은 어린 시절 감염된 ‘수두 바이러스’가 체내에 잠복했다가 면역력이 떨어질 때 재활성화되며 발생하는 질환이다. 50세 이상 중장년층에서 발생률이 특히 높다. 이에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특히 대상포진은 심근경색과 뇌졸중 등 심혈관계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대상포진 병력이 있는 사람은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위험이 약 30% 증가하는 등 국내외 관련 연구결과가 이어진 바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심혈관질환 환자는 지난해 132만3247명이 발생한 것으로 세계일보 취재결과 확인됐다. 4년전보다 20만명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심혈관질환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혀 발생하는 심근경색·협심증·고지혈증·부정맥 등을 말한다. 쉽게 말해 혈관에 기름때가 쌓여서 피가 잘 통하지 않는 것이다. 심장에 피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면 심장 마비로 이어져 급사할 수 있다.
이에 연동건 교수 연구팀은 2012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의 50세 이상 개인 약 220만 명을 포함한 대규모 의료 빅데이터를 구축했다. 연구 결과 대상포진 생백신 접종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약 23%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심혈관 사망 등을 포함한 주요 심혈관 사건에 대한 예방 효과가 명확했다. 이런 보호 효과는 최대 8년간 지속됐다.
논문의 제1 저자인 경희대 일반대학원 규제과학과 이경민 학생(석사과정)은 “20만 명 이상의 성인을 분석한 결과, 대상포진 병력이 있는 사람은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위험이 약 30% 증가했다. 또한 예방접종을 받지 않으면 약 30%의 사람들이 대상포진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라며 “발진 외에도 심장질환 위험도 증가한다. 대상포진 생백신은 감염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예방 및 보호 수단이다”라고 설명했다.
연동건 교수는 “이번 연구는 대상포진 생백신이 심혈관 질환 예방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대규모 장기 추적 데이터를 통해 세계 최초로 제시한 성과”라며 “심혈관 질환 고위험군에서 대상포진 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재조명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Live zoster vaccination and cardiovascular outcomes: a nationwide, South Korean study’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유럽 심장 저널(European Heart Journal)’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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