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팀은 이런 세계 각국의 의료보건 시민단체와 활동가들에게 한국의 상황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이 가운데서도 다국적 제약사의 임상시험 문제를 오랫동안 추적해 온 미국의 탐사보도 전문기자 소니아 샤(38·여·사진)는 취재팀에 보내온 이메일을 통해 임상시험 ‘허브’로 떠오르는 한국 실태에 대해 깊은 우려를 전해 왔다.
샤는 최근 한국의 임상시험 경향에 대해 “다국적 제약사가 임상시험의 윤리적 문화적 인프라가 취약한 한국에 임상시험을 수출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샤는 특히 한국의 빠른 환자 모집 속도를 ‘위험신호’로 지목했다. 한국에서 임상시험 환자 모집이 쉽다는 것은 그만큼 서구에 비해 한국의 임상시험 윤리가 취약함을 반증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환자들이 의료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는 것”이라며 “시험 대상자가 될 것인가, 약이 없어 죽을 것인가 하는 극단적 선택에서 답변은 항상 임상시험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강압적 현실’이 피험자의 자발적 동의를 근본적으로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피험자 절반 이상이 적법한 동의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본보 설문 결과에 대해 “허울뿐인 동의절차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상당히 중요한 설문”이라며 “(그런 부실한) 동의절차는 환자가 아니라 임상연구자를 위한 것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많은 국가에서 임상시험은 ‘치료’이며 ‘육성할 산업’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팽배하다”며 “그러나 만일 피험자 권리가 침해된다면 인권, 나아가 공공보건 자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샤는 임상시험의 올바른 발전을 위해선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에 대한 효율적 감시체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IRB에 자율적인 규제를 기대할 수 없다”며 “규제 당국은 연구윤리의 강제 적용보다는 행정조치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환자들이 자기 권리를 이해하고 입증된 치료에 접근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며 “하루아침에 해결되진 않겠지만 정부, 제약사, 병원 등은 이 같은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니아 샤는=탐사보도 전문기자로 활동하면서 워싱턴 포스트, 보스턴 글로브지 등에 인종, 다문화주의 등에 관한 기사를 기고하고 있다. 2005년 ‘네이션 인스티튜트와 퍼핀 재단’이 수여하는 저널리즘 분야 상을 수상했다. 제약업계와 임상시험의 실태를 폭로한 2006년 작 ‘몸 사냥꾼(The Body Hunters)’은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고 세계 각국에서 출판됐다.
특별기획취재팀=김동진·우한울·박은주·백소용 기자 special@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