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닷컴] 각 신문사에서 개최하는 신춘문예의 당선작 '취소' 헤프닝이 올해도 어김없이 벌어졌다.
매년 1월 1일 각 신문지상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신춘문예는 80여년의 역사를 가진 국내의 오래된 문예행사. 그러나 이같은 당선작 '취소' 헤프닝은 오래된 역사를 무색하게 할 만큼 거의 매년 한 두번씩 일어난다.
올해에는 조선일보의 희곡 당선작과 동아일보의 시조 당선작이 취소됐다.
동아일보는 시조 당선작이 다른 신문에 중복 투고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7일 당선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당선 뒤 중복 투고가 밝혀질 경우 무효 처리한다'는 응모 요강에 따른 것으로 해당 작품 응모자도 '당선 취소 인정서'를 보내 수용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10일 희곡 부문 당선을 취소한다고 알렸다. 당선작인 '꽃밥'이 지난 12월 동국대 시나리오 공모전 당선작과 작가, 제목, 등장인물, 구성 등이 같은 작품이었던 것. 미발표 순수창작품만 공모하는 신춘문예 응모 규정을 지키지 않아 당선이 취소된 경우다.
일반적으로 신문사는 중복투고를 인정하지 않는다. 2006년 서울신문은 시 부분 당선작인 '아쿠아리우스'가 2004년 한국수자원 공사가 실시한 '물사랑 글짓기 공모' 입상작과 동일해 당선을 취소했고 2005년 경인일보는 소설 부분 당선작이 다른 신문에 중복 응모된 사실을 발견해 당선을 취소했다. 2003년 문화일보도 단편소설이 타지에 중복투고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당선을 취소했다.
이뿐만 아니라 '표절 의혹'으로 문제가 불거져 당선이 취소된 경우도 있다. 2002년 조선일보는 시조부문 당선작이 1989년 매일 신문의 시 당선작을 부분 표절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당선을 취소했다. 2003년 동아일보 문학평론 당선작은 작품이 공개된 뒤 인터넷 등에서 표절 시비가 일었다. 결국 문학평론가 이광호 씨의 글을 세 문단 정도 인용하면서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당선이 취소됐다.
중복 투고를 했지만 당선 취소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각 신문사마다 각기 다른 작품을 응모해 당선이 됐을 경우다. 이때에는 오히려 '2관왕', '3관왕'으로 불리며 문단의 주목을 한눈에 받기도 한다. 예로 역대 신춘문예 최다 당선자인 시인 이근배씨는 1961년 경향신문, 서울신문, 한국일보 등 3개 신문에 각기 다른 작품으 로 동시에 당선돼 화제를 모았다. 이듬해에는 동아일보 시조부문에, 1964년에는 조선일보에도 당선돼 신춘문예 5관왕이 됐다.
시인 이근배 씨는 "지나친 자신감이나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같은 작품을 여러 신문사에 투고하는 경우가 있다"며 "중복 투고로 인해 좋은 작품의 당선이 취소될 때는 안타까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표절의 경우에는 얘기가 다르다. 중복 투고로 당선이 취소된 경우 재도전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자신의 창작물이 아닌 타인의 작품을 베낀 표절의 경우에는 도의적인 책임과 도덕성 논란으로 재차 신춘문예 응모는 물론 문인으로서의 활동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 두정아 기자 violin80@segye.com 팀블로그 http://com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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