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세 삼창 이명박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가 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89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허정호 기자 |
이 대통령은 제89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 기념사를 통해 “편협한 민족주의가 아니라 국제사회와 교류하고 더불어 살면서 세계와 함께 호흡하는 열린 민족주의를 지향해 나가야 한다”며 실용과 미래 중심의 대일관(對日觀)을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가 한국과 특수한 일본과의 관계도 ‘국익을 바탕으로 한 실리외교’에 바탕을 두고 추진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이는 이 대통령의 외교·안보정책 구상인 이른바 ‘MB 독트린’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이미 예고된 외교 방향이다. 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성숙된 한일관계를 위해 ‘사과하라’ ‘반성하라’는 말을 하고 싶지 않다”며 실용 노선을 천명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이 이날 기념사에서 “단절과 배척이 아니라 계승하고 포용해야 한다. 과거의 어두운 면만 보지 말고 밝은 면을 이어받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역설한 것은 같은 맥락이다.
이에 따라 새 정부는 과거사 문제로 발이 묶였던 참여정부와 달리 국익을 앞세워 한일관계 개선을 적극 주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은데 언제까지나 과거에 발목 잡혀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남북문제도 배타적 민족주의로는 해결할 수 없으며, 민족 내부의 문제인 동시에 국제문제로 봐야 한다”며 “이제는 세계사의 흐름을 따라가는 나라가 아니라 세계사의 흐름을 바꾸고 이끌어 가는 나라로 만들자”고 당부했다.
남북문제도 국제 사안으로 다뤄야 한다는 뜻으로, 그간 북핵 문제를 ‘6자회담 틀’ 안에서 풀어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시각과 맞닿아 있다. 이 대통령은 “지금 어떻게 하느냐에 앞으로의 60년이 달려 있다”며 “3·1정신을 오늘에 되살린다면 우리는 반드시 선진화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은 시작부터 끝까지 이전과는 다른 파격적인 모습이었다. 이 대통령은 단상에서 독립 유공자들과 나란히 같은 줄에 앉았고, 행사 후엔 단상 아래로 내려와 참석자들과 악수하며 얘기도 나눴다. “대통령님께서 입장하십니다”라는 진행자 안내 멘트와 대통령 연설대에 봉황이 그려진 표장 등도 사라졌다.
허범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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