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광우병이 발생해도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의 광우병 지위를 변경하지 않는 한 수입을 중단할 수 없다’는 기존 합의 내용과 어긋나는 입장을 밝혔는데도 미국이 이를 받아들인 것은 한미 관계 악화를 우려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한국 측의 수입금지를 수용하겠다는 게 소고기 안전 문제의 근본 해결책은 아니지만, 광우병 소의 국내 반입을 막을 최소한의 안전판이 마련됐다는 점에선 의미가 있다. 아울러 양국 간 통상마찰 우려나 우리 정부의 대외신인도 훼손 문제가 해결된 것도 다행이다.
어쨌든 USTR 성명으로 일단 ‘수입금지’ 카드를 우리가 갖게 된 만큼 통합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이제 소고기 재협상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연계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거둬들여야 마땅하다. 이번에 비준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18대 국회에서 처음부터 절차를 다시 밟느라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미국은 대통령선거로 8월 이후엔 의회 심의 자체가 어렵다고 한다. 자칫 한미 FTA 발효가 무한정 늘어지거나 무산될 수도 있는 것이다.
전 세계 교역에서 FTA가 대세이고,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 한미 FTA는 반드시 성사시켜야 할 사안이다. 야당은 당리당략을 떠나 국익 우선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FTA 조속 처리에 협조해야 한다. 엄청난 홍역을 치르며 소고기 시장을 개방하고도 FTA가 물 건너간다면 이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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