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제 자신이 바뀌고 청와대가 바뀌고 정부가 바뀌면 우리 사회도 조금씩 변화해 나갈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해석의 여지가 많지만 일단 자성론을 앞세웠으니 반갑다. 대통령은 앞서 13, 14일에도 소통 단절의 문제를 지적했지만 뒷맛은 씁쓸했다. 국정 혼란의 원인을 짚지 못한 채 변죽만 울린 인상이 짙었기 때문이다. 공직사회가 청와대의 의중 살피기에만 급급한 것이 엄연한 현실인데도, 그런 환경을 조성한 대통령이 남만 탓한 셈이니 반향이 클 수 있었겠는가.
이제 실마리를 제대로 잡은 만큼 철저한 자성을 토대로 정말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새 정부 출범 초기부터 국민에게 실망만 안겼던 인사, 정책, 리더십 등 다방면에 걸쳐 손볼 것이 허다하다. 그 무엇보다 ‘군말 말고 따르라’고 윽박지르는 투의 설익은 국정운영 패턴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정부 입지를 좁힌 ‘고소영 S라인’ 인사도 그런 발상과 무관치 않다. 미국 소고기 협상 파문도 같은 맥락이다.
한나라당은 인적 쇄신, 정무·정책 기능 강화를 포함한 국정 쇄신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국민과 교감하는 정치를 펴려면 단순히 소통의 각도로만 현 정국을 들여다봐선 안 된다는 문제 의식이 담겨 있는 셈이다. 대통령이 말로만 반성할 게 아니라면 이런 뼈아픈 쇄신안부터 열린 가슴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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