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시민의견 반영 안돼… 예산 낭비” 지적 서울시가 시를 상징하는 색으로 전통 건축물 등에서 주로 쓰이는 ‘단청빨간색’을 선정했다. 하지만 시가 상징색으로 선정한 ‘단청빨간색’은 시민 의견 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적격성 여부 등을 놓고 논란이 일 전망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부터 시내 색깔 등에 대한 연구 및 시민여론조사 등을 거쳐 ‘단청빨간색’ 등 10개의 ‘대표색’을 포함한 600개 ‘권장색’을 선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시가 이같이 서울의 색을 정립하고 체계화한 것은 무분별한 색채 사용으로 서울의 도시경관이 저해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서울의 상징색으로 선정된 ‘단청빨간색’은 고궁 등 전통 건축물에서 추출된 색으로, 월드컵을 거치면서 시민을 하나로 뭉치게 하고 사랑을 받고 있는 색이라고 시는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시는 또 서울의 기조를 이루는 색으로 ‘한강은백색’을 선정했다.
시는 ‘단청빨간색’과 ‘한강은백색’을 포함해 10개 대표색에 ‘남산초록색’, ‘고궁갈색’, ‘꽃담황토색’, ‘서울하늘색’, ‘돌담회색’, ‘기와진회색’, ‘은행노란색’, ‘삼베연미색’ 등 고유 색 이름을 지정했다. 하지만 시가 ‘단청빨간색’을 서울 상징색으로 정한 것을 둘러싸고 부적격 논란이 일고 있다.
시가 최근 시민 73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시민들은 ‘서울 하면 떠오르는 색’으로 ‘서울하늘색’을 가장 많이 꼽았다. ‘단청빨간색’은 ‘한강은백색’이나 ‘남산초록색’보다도 꼽은 사람이 적었다.
색채 관련 전문가 63명 대상의 설문조사에서도 ‘서울을 대표하는 색’으로 ‘한강은백색’과 ‘꽃담황토색’이 공동 1위를 차지했고, ‘단청빨간색’은 ‘서울하늘색’에 이어 4번째였다.
이에 대해 시는 “시민 설문조사에서 선호하는 색으로 ‘단청빨간색’을 꼽은 시민이 31%로 가장 많아 ‘단청빨간색’을 상징색으로 선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가 이번에 선정한 600개 ‘권장색’을 이용해 시내 도시경관에 적용키로 것 또한 현실과 동떨어져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권장색 600개는 대표색 10개의 배색관계 등을 세부적으로 구분해 선정한 것이다.
시는 600개 권장색에 대한 상황별, 종류별 적용방안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 올 하반기부터 공공시설물, 옥외광고물, 버스 등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내년부터는 시내 건축물, 각종 시설물 등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기존 옥외광고물이나 버스, 건축물 등에 사용되고 있는 색과 권장색 간에 차이가 거의 없어 예산만 낭비할 것라는 지적이다.
시민 원모(35·건축디자이너)씨는 “서울시가 공공건축물 등에 적용하는 색들이 이미 주변 환경과 조화를 고려해 사용되고 있다”며 “설사 시가 선정한 권장색으로 바꾼다고 해도 쉽게 구분이 되지 않아 결국 헛돈만 쓰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귀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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