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는 영양학적으로 우수할 뿐 아니라 많은 양의 탄산가스를 작물 광합성에 활용해 공기정화에도 일익을 담당하는 친환경 작물이다. 또한 추운 겨울에 자라므로 다른 작물에 비해 병충해가 심하지 않은 무공해 식량자원이며, 동물성 사료가 논란이 되는 요즘에는 소를 위한 청정 사료로 이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요즈음 추수하기 시작하는 보리는 특유의 까실한 질감 탓에 아직은 혼식과 비빔밥 이외의 음식으로서는 활용도가 낮은 편이다.
#세계 10대 건강음식 중 하나
미국 시사주간 타임지가 최근 보리를 10대 건강음식 중 하나로 선정할 만큼 보리에는 밀가루의 5배, 쌀의 16배에 해당하는 식이섬유가 함유돼 있다. 특히 체내 콜레스테롤의 함량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진 베타글루칸 등 수용성 식이섬유는 다른 어느 식품보다도 풍부하다. 고대 로마의 검투사들은 힘과 정력을 키우기 위해 보리로 만든 빵을 먹었는데 이러한 연유로 검투사의 또 다른 이름이 ‘보리를 먹는 사람’이었다 한다. ‘본초강목’에서도 보리를 오곡지장이라고 해서 쌀, 보리, 콩, 조, 기장 중의 으뜸으로 꼽았다. 보리는 안색을 좋게 하고 피부를 곱고 매끄럽게 한다고 본초강목은 적고 있다. 뇌출혈 예방에 도움이 되는 콜라겐, 위궤양 예방·치료 기능이 있는 콘드로이틴황산 등이 함유된 보리는 성인병을 예방하는 데 대단히 유익한 건강식품으로 전해진다.
◇보리쿠키◇보리개떡 |
보리를 먹으면 방귀가 많이 나오는데, 이는 보리에 다량 함유된 섬유질 때문이다. 섬유질이 많은 곡물은 위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곧장 장으로 내려가 장의 활동을 자극한다. 이 과정에서 장내 가스가 발생하는 것이고 이는 보리가 장염과 변비 등 장 질환에 효과가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도정을 해도 완전히 제거되지 않는 속겨층과 보리알 중앙 깊은 골에 많이 남아 있는 섬유질 등으로 보리쌀이 쌀에 비해 맛이 거칠고 물이 잘 스며들지 않아 불편하다고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이 때문에 요즘에는 시중에 도정한 보리를 적당히 불려 눌러놓은 압맥과 홈을 따라 쪼갠 뒤 도정한 할맥 등이 나와 있다. 음식전문사이트 메뉴판닷컴(www.menupan.com)의 도움을 받아 집에서 간편하게 요리할 수 있는 다양한 보리 음식을 알아봤다.
#까실한 맛은 줄이고, 영양은 살리고
일반 가정집에서 보리를 이용해 만들 수 있는 음식은 그리 많지 않다. 농협중앙회 등에서 가공한 보리를 사는 게 더 낫다. 요즘 나오는 햇보리로 굳이 밥을 지어 먹으려면 공선옥씨가 소개한 ‘맛있는 보리밥 하기’ 순서를 참고할 만하다. 공씨는 “보리를 물에 대충 헹구어 내고 돌확에다 득득 간다. 그러면 보리가 퉁퉁 불면서 보드라워진다. 그것을 1차로 설익을 만큼 삶아서 어레미(바닥의 구멍이 굵은 체) 같은 것에 건져둔다. 1차로 삶은 보리를 덜어 가지고 본격적으로 밥을 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한 보리밥은 찰기가 있고 구수하고 보드랍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때 걸리는 시간이 번거롭게 느껴진다면 그냥 압맥을 사다가 쌀과 섞어 밥을 지어 먹는 것도 괜찮다. 하지만 주식이 아닌 별식을 원한다면 보리개떡이나 보리수단, 보리식혜, 보리밀 쿠키 등을 만들어 보자. 간편하면서도 아이들 입맛에 맞는다.
◇보리수단◇보리수프 |
보리개떡은 곱게 간 보릿가루와 찹쌀가루만 있으면 된다. 보릿가루 3컵, 찹쌀가루 반컵 비율로 섞어 소금을 약간 넣고 물을 부어 잘 반죽한다. 곱게 치댄 반죽을 지름 5∼6㎝ 크기로 동글납작하게 빚은 뒤 찜통에 넣어 8분가량 쪄내면 된다. 마지막으로 참기름을 살짝 발라 겉이 마르지 않게 한다.
전통 음료 보리식혜는 보리 엿기름이 필요하다. 보리 엿기름을 미지근한 물에 30분 정도 담가둔다. 엿기름이 조금 불려졌다 싶으면 담은 물이 맑아질 때까지 여러 번 헹구었다가 건더기 없이 받아놓는다. 엿기름의 양에 맞게 고슬밥을 준비한 뒤 엿기름 물을 밥통에 붓는다. 보온 상태에서 5시간 정도 기다렸다가 꺼낸 식혜물을 냄비에 따로 담는다. 이어 이를 한 번 끓인 뒤 입맛에 따라 설탕으로 간하고, 채썬 대추와 잣을 얹는다.
◇보리식혜 |
또 다른 음료 보리수단은 식혜보다도 쉽게 만들 수 있다. 햇보리를 약간 심이 남아 있을 정도로 삶은 뒤 여러 번 헹궈 보리 한 알 한 알에 녹말가루를 묻힌다. 이를 다시 삶아 내고 찬물에 담갔다 건져 그 위에 다시 녹말가루를 묻혀 삶는다. 이러한 과정을 3∼4회 반복하면 보리는 콩알만한 크기가 된다. 이것을 화채 그릇에 담고 오미자물이나 석류맛 식초음료와 함께 담아 잣을 띄우면 된다.
보리밀 쿠키는 보릿가루와 호밀가루를 반반 섞어 구워내면 된다. 체에 내린 가루류를 황설탕, 소금 등으로 간한 뒤 버터를 넣어 손으로 반죽하고 그 과정에서 차가운 우유를 넣고 치대며 계속 반죽한다. 반죽이 다 됐으면 비닐에 싸서 냉장고에 30분간 넣어뒀다가 꺼내 밀대로 밀어 원형 쿠키 틀로 모양을 내고 포크로 구멍을 내면 된다. 이어 180도 예열한 오븐에 15분간 구으면 보리밀 쿠키가 완성된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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