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발 내역을 들여다보노라면 기가 찰 지경이다. 공직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이 속절없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의 한 직원은 회계서류를 조작해 64회에 걸쳐 2억원 가까이 횡령하다 들통 났는데도 수사기관에 고발되지 않았다. 인천광역시 직원은 관내 공동주택사업자로부터 1000만원을 웃도는 뇌물과 향응을 받고도 훈계 처분만 받았다. 서울메트로는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사고를 낸 뒤 도주해 경찰에 검거된 직원에 대해 규정을 어기고 경고 처분만 했다. 같은 직장의 동료들에게 이런 정도의 범법행위는 해도 괜찮다고 지침을 내린 것이나 진배없다.
공직 기강이 흐트러지면 국가 활력도 사라지게 마련이다. 하물며 각급 행정기관이나 공공기관의 최일선에서 경계의 등불을 밝혀야 할 감사기구들이 허수아비 시늉이나 하면서 기강 훼손을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해서야 되겠는가. 이런 현실을 바로잡지 못할 바에야 ‘감사국’, ‘감사과’ 따위의 서슬 퍼런 명패는 떼는 게 옳다.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CPI) 평가에서 한국은 10점 만점에 5.1점을 받는 데 그쳤다. OECD 30개국 평균(7.18)에도 턱없이 못 미친 결과다. OECD 국가 순위에선 전년도보다 2단계 하락해 25위로 밀려났다. 국제적 망신이 따로 없다. CPI가 개선되지 않는 한 선진화의 길이 열릴 리도 없다. 더 늦기 전에 감사 시스템부터 손봐야 한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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