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돈되는 시술 치중… 불임부부 이중고 정부와 민간의 불임치료 지원에 힘입어 2006년 이후 시험관아기, 인공수정 등 보조생식술 시술 건수가 크게 증가해 연간 6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국내 불임클리닉의 보조생식술 시장 규모가 연간 1000억원을 넘을 만큼 커졌지만, 고비용에 따른 불임부부들의 경제적 고통 또한 가중되고 있다.
8일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보조생식술 시술 건수는 5만8189건에 이른다. 2006년 5만9148건에 비해선 다소 줄었으나 2005년 4만6532건보다는 훨씬 늘어난 수치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자료에 따르면 90년대 후반이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2만건을 채 넘지 않았다.
여기엔 정부의 시험관아기 지원사업의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인공수정 시술은 2005년 2만8721건, 2006년 3만1233건, 지난해 3만2719건으로 비교적 더디게 증가했다. 반면 시험관아기 시술은 2005년 1만7811건에서 정부 지원이 시작된 2006년 2만7915건으로 폭증했다. 지난해에는 2만5470건으로 집계됐다.
1회 시술 평균비용을 시험관아기 300만원, 인공수정 50만원으로 잡으면 지난 한 해 국내 보조생식술 시장 규모는 930억원가량 된다. 여기에 약값과 부대 치료비를 더하면 1000억원을 훨씬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가운데 불임클리닉들이 정확한 진단을 거치지 않은 채 환자들에게 고가의 시험관아기 시술을 강권하다시피 한다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백재승 대한생식의학회 회장은 “자연주기 치료나 인공수정 등 거쳐야 할 단계를 건너뛴 시험관아기 시술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정모(42)씨는 “지난해 모 병원을 찾아갔더니 다짜고짜 시험관아기를 권유해 장삿속이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시험관아기 시술을 통해 지난해 딸 쌍둥이를 얻은 김모(34)씨는 “검사에서 시술, 출산까지 2000만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보조생식술을 이용한 임신 성공률이 높아지고, 여기에 정부·민간의 지원까지 더해지면서 국내입양에서 불임부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홀트아동복지회에 따르면 이 단체의 전체 국내입양 아동 중 불임가정으로 입양된 아동의 비율은 2001년 93%에서 2003년 79.3%, 2005년 72.8%를 거쳐 지난해 65.9%까지 내려갔다. 입양 아동 수 역시 2001년 574명에서 지난해 307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국내입양에서 홀트아동복지회가 차지하는 비중은 30% 안팎이다.
특별기획취재팀=채희창(팀장)·이상혁·김태훈·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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