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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불임의 사회학]인구정책 여성 건강은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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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09-08 20:09:00 수정 : 2014-06-22 14: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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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장려·억제계획 보니 정부 차원에서 불임 여성을 지원하는 요즘의 모습은 많은 여성들로 하여금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아이 못 낳는 것을 ‘칠거지악’에 포함시켜 죄악시하던 조선시대나 ‘가족계획’이란 미명 아래 멀쩡한 여성도 불임으로 만들던 개발독재 시기와 비교하면 커다란 변화다.

물론 정부의 불임치료 지원은 여성의 행복추구권 등과 무관하게 철저히 계산된 저출산 대책의 일부일 뿐이다. 이 때문에 일부 여성학자들은 “여성의 몸을 ‘출산을 위한 도구’쯤으로 여기는 인식의 틀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게 없다”고 비판한다.

◇1960년대                                  ◇1970년대                                   ◇1980년대
돌아보면 1960년대부터 80년대 초반까지는 지금과 반대로 ‘불임이 장려되는’ 사회였다. 군사정권은 1인당 국민소득을 높이기 위해 어떻게든 인구 증가를 억제하려 했다. 정부는 1960년 6.0명이던 출산율을 81년까지 1.5명으로 떨어뜨린다는 ‘혹독한’ 계획을 세웠다.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각종 불임시술이 권장됐다. 1973년엔 인공 임신중절 합법화를 위한 모자보건법이 만들어졌다. 심지어 낙태까지 인구정책의 수단으로 동원된 것이다.

산아 제한에만 초점을 맞춘 1960∼70년대 인구정책은 ‘가임 여성의 만성 불임화’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정부가 나서 사용을 장려한 일부 피임 도구와 먹는 피임약이 골반염, 자궁 경관 손상 등을 일으킨 것이다.

◇1990년대                                                              ◇2000년대
1984년 출산율은 2.1명까지 떨어졌다. 이는 인구가 더 이상 줄지도 늘지도 않음을 의미한다. 정부는 불임 시술자에 대한 각종 지원을 하나 둘 중단하기 시작했다. 그간 우리 사회를 지배해온 ‘인구증가 억제’ 담론은 종지부를 찍었다.

이때까지도 불임 여성들은 정부의 정책적 고려 대상이 전혀 아니었다. 불임부부들은 자녀 없이 평생 살든지 입양을 하든지 알아서 방법을 찾아야 했다. 조영미 서울여성가족재단 연구원은 “과거에 불임은 철저히 개인의 문제이자 가족 내부의 문제에 불과했다”고 말한다.

그러다가 1985년 서울대병원에서 국내 최초로 시험관아기가 탄생했다. 의학 발달에 힘입어 불임 여성들도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조 연구원에 따르면 이때가 바로 “정부가 불임 여성들의 호소에 겨우 눈을 돌리기 시작한 시점”이다.


한 치 앞을 못 내다본 정부 인구정책의 폐해로 출산율은 계속 곤두박질쳤다. 2000년대 들어 여성의 사회활동이 늘어나면서 이런 경향은 한층 가속화됐다. 저출산 문제 해결이 정부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마침내 보건복지가족부는 2006년 불임부부에 대한 시험관아기 시술비 지원에 뛰어든다.

1960년대부터 최근까지 인구정책을 바라보는 여성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출산 억제든 장려든 임신을 여성 스스로에게 맡기지 않고 국가권력이 나서서 ‘통제’하려는 발상 자체가 잘못이란 것이다. 

황정미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출산율 높이기에 혈안이 된 정부가 정작 임신·출산의 주체인 여성의 건강권에 대해선 얼마나 배려하고 관심을 보였는지 따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지원사업에 대해 “‘얼마를 지원하면 몇 명의 신생아가 더 태어난다’는 식의 지극히 생물학적 관점에서 비롯됐다”고 꼬집었다. 유경희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는“여성의 몸은 ‘출산을 위한 몸’이라는 단편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 불임은 남녀의 문제이자 가족의 문제이고 사회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특별기획취재팀=채희창(팀장)·이상혁·김태훈·양원보 기자
tams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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