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지금은 내정 철회를 할 때가 아니다”고 밝힌 뒤 침묵을 지키고 있다. 청와대도 “대통령 말에 보태거나 뺄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수사 결과가 사건 당일 경찰의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쪽으로 굳어지는 흐름을 보이면서 청와대 내 민정라인 중심의 강경파가 ‘유임론’ 목소리를 다시 높이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4일 “법적으로 경찰 책임이 없다면 김 내정자를 유임시켜도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김 내정자의 생사 확률은 현재로선 50대 50”이라며 “상황이 민감하고 복잡해 발표가 이뤄져야 최종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고 전했다. 한나라당에선 최근 안경률, 김무성 의원 등이 ‘책임자 문책론’을 잇달아 반대하고 나섰다.
이 대통령은 “조사해서 결과에 따라 조치하면 된다”는 원칙을 천명했다.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경찰 무혐의’ 결론 시 이 대통령이 김 내정자를 경질할 명분은 마땅치 않은 셈이다. 유임론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유임 카드’는 정치적 부담이 엄청나다는 점에서 김 내정자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현실론이 여전히 우세한 편이다. 한 참모는 “김 내정자를 유임하는 순간 임시국회 쟁점법안 처리는 포기해야 한다”며 “경제 살리기가 시급한 만큼 국회 파행만은 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 관계자가 그간 “법적 문제뿐 아니라 도덕적, 정치적 부분까지 총체적으로 봐야 한다”며 사실상 ‘교체론’을 전파해 온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야당과 시민단체가 ‘제2의 촛불정국’을 벼르고 있는 것은 특히 우려스런 일이다. 반여(反與) 세력은 물론 중도층까지 합세해 김 내정자를 끌어내릴 때 까지 여권을 몰아세우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김 내정자가 검찰 수사 발표 직후 ‘자진 사퇴’ 형식으로 거취 문제를 매듭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 내정자가 ‘불법’ 부분을 면하는 ‘명예’를 지키는 대신 인명피해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나는 게 적절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이는 내정 철회에 대한 이 대통령의 짐도 덜어주는 길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 대통령을 위해 김 내정자가 알아서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범구 기자 hbk10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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