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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어른’ 김수환 추기경 선종…마지막 말씀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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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2-16 22:48:00 수정 : 2014-06-26 09:4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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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추기경 "사랑·평화·화해 메시지 남기셨다"
고이 잠드소서… 한승수 국무총리(앞줄 왼쪽), 월주 스님 등 정계·종교계 인사들과 가톨릭 신자들이 16일 명동성당 대성전 내 유리관에 안치된 김수환 추기경 시신 앞에서 조문하고 있다.
이종덕 기자
한국 가톨릭계 큰 어른이자 우리 사회의 정신적 지도자였던 김수환 추기경이 16일 선종(善終)했다. 향년 88세.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이날 “강남성모병원에 입원해 있던 김 추기경이 오후 6시12분쯤 선종했다”면서 “명동성당에 빈소를 마련해 일반인의 조문을 받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은 이날 발표한 애도문을 통해 “우리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김 추기경께서 우리 곁을 떠나 하느님 품안에서 선종했다”며 “추기경께서 마지막 순간까지 세상을 향해 외치셨던 메시지는 인간에 대한 사랑과 그리스도의 평화와 화해였다”고 전했다.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허영엽 신부는 “김 추기경께서는 병실을 찾아온 수녀와 신부들에게 선종 2∼3일 전부터 ‘사랑하라’는 말을 무척 많이 했다”고 밝혔다.

강남성모병원은 고인이 생전에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이날 안구 기증을 위한 적출 수술을 치렀다. 안구는 두 사람에게 기증됐으며 고인의 시신은 이날 밤 명동성당으로 운구됐다.

고인의 주치의였던 강남성모병원 정인식 교수는 “추기경께서는 평소 늘 하시던 말씀대로 임종을 지켜본 교구청 관계자들과 의료진에게 마지막으로 ‘고맙다’는 말씀을 남기고 가셨다”면서 “노환에 따른 폐렴 합병증으로 폐기능이 떨어져 있었지만 (인공호흡기에 의존하지 않은 채) 선종 순간까지 스스로 호흡하셨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는 “고인의 최종 사인은 폐렴에 의한 호흡 부전”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1922년 5월 대구에서 출생한 고인은 1951년 사제서품을 받았고 1966년 초대 마산교구장을 거쳐 1968년 대주교로 승품한 뒤 서울대교구장에 올랐다. 1969년 교황 바오로 6세에 의해 한국인 최초이자 세계 최연소(당시 47세) 추기경으로 서임된 고인은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아시아천주교주교회의 구성 준비위원장 등을 역임한 뒤 1998년 정년(75세)을 넘기면서 서울대교구장에서 은퇴했다.

고 김 추기경은 한평생 장애인과 사형수, 철거민, 빈민 등 어려운 이웃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따뜻하게 보듬었으며 1970∼80년대 암울했던 독재시대에는 민주화를 위한 횃불을 들었다.

고인은 1971년 성탄 자정미사에서 장기집권으로 향해가는 박정희 정권의 공포정치를 비판하는 강론을 시작으로 유신독재와 싸웠고, 1987년 6월 민주화운동 때는 권력에 맞서 싸우는 마지막 보루로 명동성당을 지켜내는 등 이 땅의 민주화에도 크게 기여했다.

추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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