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2004년 31세 미혼 상태에서 아이를 가졌다. 아기 아빠인 친구는 이 사실을 알고는 낙태를 종용했다. 김씨가 “일단 낳아서 입양 보내겠다”고 하자 그는 아예 연락조차 끊어버렸다.
김씨는 가족한테서도 외면당했다. 아이를 낳을 때까지 시설을 떠돌이처럼 전전할 수밖에 없었다. 임신 중에는 미혼모 시설에서 1년, 출산 후엔 ‘중간의 집’이라는 곳에서 1년을 보냈다. 그리고 다시 ‘모자원’이라는 미혼모 시설에서 3년을 아이와 함께 보냈다. 서울 성북구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기까지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미혼모 시설을 두루 거친 셈이다.
그새 아들은 여섯 살이 됐다. 기초생활보호수급자에게 주어지는 월 81만원가량의 보조금으로 생활해 왔다
아이가 크면서 이제 일자리를 구할 생각이다. 하지만 새로운 문제가 찾아왔다. 직장에서 받는 월급이 81만원보다 단돈 1000원이라도 많으면 수급권이 박탈된다. 수급권이 없으면 의료보험 혜택도 못 받는다. 김씨는 “미혼모가 직장을 가지면 더 손해이다 보니 능력이 있더라도 직장을 갖지 않거나 세금이 드러나지 않는 식당 종업원 등으로 전전하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교육과학기술부 실태조사에서도 성인 미혼모들은 부정적 사회 인식과 경제적 독립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 미혼모들은 가장 시급한 복지대책으로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31.7%)를 꼽았다. 이어 ‘아이를 위한 보육비 지원’(17.9%)과 ‘의료 혜택’(10.3%)’, ‘직업 교육과 기술훈련 지원’(4.9%) 등을 들었다.
김씨는 “가끔 아들을 입양 보냈더라면 더 좋은 부모를 만나 행복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며 “미혼모들이 사회 낮은 곳에서 맴돌지 않도록 제도가 많이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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