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법원장 “이메일로 압박받은 판사 없을 것”

이용훈 대법원장은 6일 신영철 대법관의 ‘이메일 파문’과 관련해 “이메일 때문에 압박을 받은 판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 대법관이 판사들에게 이메일을 보낸 행위가 정당한 사법행정 감독권의 행사인지, 재판에 대한 부당한 간섭인지 정밀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해 진상조사단이 이 부분을 집중 규명할 것임을 내비쳤다.

“‘압박받은 판사가 없을 것’이란 발언이 사실상 진상조사 결론을 내린 것 아니냐”는 지적에 이 대법원장은 “판사들이 그런 정도로 압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면 사법부 독립은 어찌 되느냐는 의미”라며 “대법원장, 법원장도 재판에 개입해선 안 된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메일을 언론에 공개한 일부 판사 행위에 대해 “젊은 법관들의 충정”이라고 평가했다.

대법원은 이날 김용담 법원행정처장, 이태운 서울고법원장, 서울중앙지법 이병로 부장판사와 고연금 단독판사, 김인겸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 등 6명으로 진상조사단을 정식으로 구성해 조사에 나섰다. 조사단은 신 대법관과 허만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 이메일을 받은 판사 등 관련자 전원을 상대로 ‘촛불시위’ 사건의 배당부터 양형까지 모든 과정을 조사할 계획이다.

조사단은 필요할 경우 이 대법원장도 조사대상에 포함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이 대법원장은 “이미 김 처장에게 당시 상황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이르면 다음주 중반까지 조사를 끝낸 뒤 징계 대상자와 수위를 가려낼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힌 신 대법관은 “촛불시위 사건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미제사건을 많이 남기면 후임 재판부는 물론 당사자들이 불편하니까 법원장으로서 신속한 처리를 당부했던 것”이라며 “법대로 했을 뿐”이란 입장을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신 대법관의 사퇴와 대법원의 해명을 거듭 촉구했다. 이들은 “신 대법관은 물론 대법원장이 연루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만큼 국회, 재야 법조계,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조사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훈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