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미사일 대응 등 군사력 증강
오스틴 베이 美 칼럼니스트 |
드라마 줄거리의 구성요소들은 이미 공식화되어 깡패의 행동패턴과 비슷해졌다. 즉 남북한 간의 교류를 신경질적으로 차단한다. 외국인들을 억류하되 가급적이면 세계 언론의 주목을 끌기 쉬운 기자들을 택한다. 북한의 공산주의 정권이 핵무기를 보유했거나 보유할 것이란 암시를 준다. 탄도미사일 발사 능력을 과시하되 일본 쪽을 겨냥한다. 미사일의 사거리가 연장될 경우 북한 핵탄두가 미국 영토를 위협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경제에 실패하여 빈곤에 찌든 북한은 깡패로 치면 약골 조무래기다. 또 북한은 국제 테러와 마약 밀수, 핵무기 확산, 납치와 절도를 일삼는 범죄적인 정권이 지배하는 감옥국가이며 수백만명의 자국 주민을 굶주림에 빠뜨렸다. 북한은 중국의 압력에는 약하다. 이러한 김정일 정권이 자신의 생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북한에 대한 정치와 경제의 개방을 표방한 한국의 햇볕정책과 6자회담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한 미국의 큰 뱀을 뜻하는 ‘파이선’전략은 북한의 경제 실패와 중국에 대한 의존 및 살아남으려는 북한의 욕망을 활용해 보려고 시도했다.
김정일의 손에 현금을 쥐어 주기는 했으나 햇볕정책은 또한 공산주의 이후 시대의 북한에 필요한 인프라와 숙련 노동자의 필요성도 감안했다. 한국과 미국의 이러한 노력은 외교적으로 약간의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성과는 매우 미미했다. 북한이 추진 중인 핵무기 계획을 막는 길은 중국이 정치와 경제 양면에서 북한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중국 지도부는 자국의 경제 발전에 미국 시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은행가들은 오바마 미 행정부의 보호주의 경향을 좋아하지 않고 군부 강경파는 오바마의 위기대처 능력을 시험해 보고 싶어한다.
그러나 중국이 볼 때 북한의 신경질적인 행보는 중국의 마케팅 수단이자 외교의 시험대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자기네 영향력을 비싼 값에 팔 수 있다.
북한 지도부는 자기네 협박 앞에 일본이 불평을 조금 하다가 엎드리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견디기 어려운 단계에 이르자 일본이 갑자기 자기네 중심의 드라마 대본을 작성하고 말았다. 그 대본은 동아시아의 어두웠던 과거사의 망령을 일깨운다.
20세기 전반부에 일본제국은 조선반도와 중국의 많은 부분을 지배하는 한편 미국의 진주만을 공격하고 호주까지 위협했다. 2차 대전 후 자위용 군사력만 보유해온 일본이 21세기에 들어와 막강한 첨단군사대국으로 변모했다. 2개월 전 일본 자위대는 일본 영토와 영해를 위협하는 미사일이 북한에서 날아올 경우 요격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았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발표는 물론 자위를 위한 행동이지만 분위기가 약간 변한 것을 암시한다. 일본은 북한의 계속되는 핵 위협에 싫증이 났고 미국의 안보공약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 단계적으로 군사공격 역량을 증강하고 있다. 일본은 현재 항공모함을 갖고 있지 않으나 ‘헬리콥터 구축함’이란 것을 실전배치하고 있다. 수직이착륙 전투기 항공모함 비슷하게 생긴 이 구축함은 공격작전용이다.
자국의 공격용 군비증강에 대한 일본 국민의 지지 역시 커지고 있다. 북한이 2006년에 핵 능력을 과시했을 때 다수의 일본 국민은 북한의 미사일 기지를 파괴할 수 있는 공격무기를 갖출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일본의 군사력 증강은 중국의 전략적 선택을 강요한다.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을 계속 보유할 경우 일본의 공격용 군사력 부활을 촉진할 수 있다. 이는 중국이 우려할 만한 사태다. 이런 사태 전개는 북한의 드라마 줄거리에는 없었던 것임이 분명하다.
오스틴 베이 美 칼럼니스트
워싱턴 타임스
정리=오성환 외신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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