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기리에 막을 내린 SBS 드라마 ‘찬란한 유산’에서 진성식품 운영 방식을 놓고 이견을 보이던 박태수 이사가 창업주이자 대표이사인 장숙자 사장을 해임하려다 스스로 몰락하는 장면이 아직도 뇌리에 남아 있다.
이런 일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게 아니다. 1980년대 초반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존 스컬리의 이야기는 자못 흥미롭다. 1983년 1월, ‘펩시 제너레이션’이라는 캠페인으로 만년 2위 펩시콜라가 코카콜라의 아성을 무너뜨린 스컬리와, 애플 II라는 새로운 개념의 개인용 컴퓨터로 승승장구하던 잡스가 만났다. 둘은 만나자마자 서로 끌렸다. 잡스는 스컬리의 냉정한 프로의식을 존중했고, 스컬리는 잡스의 이상주의적인 열정에 흥미를 느꼈다. 둘의 장점이 합쳐지며 ‘모든 사람에게 컴퓨터를 한 대씩! 애플 제너레이션’이라는 목표가 달성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2년 뒤, 잡스는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스컬리와 이사회의 결의로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 스컬리는 잡스를 ‘건방진 황태자’라 비난했고, 잡스는 스컬리를 ‘고리타분한 경영자’로 폄하했다. 애플 컴퓨터는 그후 IBM과 마이크로소프트에 밀리면서 최악의 시련을 겪는다. 물론 잡스는 애니메이션 회사 픽사, 아이팟, 아이폰으로 화려하게 복귀하지만.
어떻게 이처럼 ‘최고의 사람이 모여 최악의 팀이 되는가’. 그 이유는 리더 간의 갈등 관리 부재에 있다. 조직관계 전문가인 다이애나 맥레인 스미스(여)의 ‘기업을 죽이고 살리는 리더 간의 갈등 관리’(모니터그룹 옮김, 에이콘출판)는 주요 리더 간의 관계가 ‘왜’ ‘얼마나’ 중요한지를 구체적이고 입체적으로 밝혀, 회사를 훌륭한 조직으로 강화·발전시킬 수 있는 지혜를 알려준다.
저자의 말대로 ‘조직 내에서의 갈등은 불가피한 것’이며, 갈등을 없애고 원만한 관계를 만들어 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훌륭한 경영진은 갈등을 예상하며, 그 갈등을 효과적으로 이용해서 조직의 관계를 강화시켜 나간다. 망가진 팀일수록 갈등을 서로 피하려고만 하다가 결국 관계를 망치고 개인은 물론 조직의 성과마저 해치게 된다.
저자의 처방전은 뭘까. 의의로 간단하다. 링컨의 조직 관리법인 ‘관계 감수성’을 계발하고 이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는 일이다. 즉, 각종 관계에서 발생하는 감정적·윤리적·정치적인 문제들을 섬세하게 파악하고 능숙하게 헤쳐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강도가 높고 급격하게 변화하는 업무 환경으로 사람들은 자기 성찰과 관계유지를 위한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하면서 각종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을 잘 이해하는 저자는 ‘개인의 행복과 회사의 이익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관계 구축 능력’을 계발할 것을 주문한다. ‘서로 위해 주는 관계’를 형성하라는 조언이다.
이는 ‘목욕물을 버리며 갓난아기도 흘려버려서는 안 된다’는 미국 속담처럼, 개개인의 개성이 존중되고 과거의 아이디어가 미래를 위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원천으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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