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펄펄 나는데… 또 어디로 가라고” 신종플루로 인한 사망자가 잇따르면서 병원마다 환자가 몰려들고 있다. 열이 조금만 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을 찾으면서 거점병원은 물론이고 동네 의원까지 비상이 걸렸다.
27일 오전 10시 서울 광진구 K병원. 컨테이너박스 3개를 이어 붙인 임시 신종플루 진료소 앞은 오전부터 환자로 장사진이었다. 진료소 입구부터 진료 대기자 줄이 100여m나 이어졌다. 고위험군인 어린 자녀를 동반한 부모들 얼굴에는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교복을 입은 채로 병원을 찾은 중고생도 눈에 띄었다.
환자가 몰리면서 진료시작 한 시간여 만에 오전 진료 접수는 마감됐다. 이후 온 환자에게 병원 측은 오후 진료 시간에 다시 오거나 다른 거점병원에서 진료받아 달라고 안내했다. 그러나 오후에도 오전에 진료를 예약한 사람과 새로 온 사람들이 몰리면서 오후 4시가 되기 전에 이날 접수는 끝이 났다.
7살 아들을 데리고 나온 주부 김모(40)씨는 “아들이 40도가 넘는 열이 떨어지지 않아 왔다”며 “동네 소아과에 갔다 큰 병원으로 가라고 해 왔는데, 여기서도 다른 곳으로 가라면 어찌 하냐”며 발을 동동 굴렀다.
광진구 H병원도 북새통이었다. 이곳도 오전 10시30분에 오전 진료 접수가 끝났다. 막 진료를 마치고 나온 주부 한모(42)씨는 “초등학교 4학년 딸아이가 학교에서 신종플루에 전염돼 병원에 왔다”며 “진료 시작 시각인 오전 9시에 왔는데 이전부터 미리 예약한 사람이 많아 한 시간 넘게 기다렸다”고 말했다.
병원 관계자는 “며칠 전부터 환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15세 미만 대상 소아청소년과는 의사 선생님 한 분이 쉴 틈 없이 하루 100여명 환자를 보고 있다”면서 “내과도 두 분이 진료하다 오늘 1명이 추가 지원됐다”고 전했다.
동네의원 등에서는 이날부터 시작된 신종플루 예방접종 정보가 없어 애를 먹었다. 동작구 H소아과에는 평소보다 환자가 하루 30∼40명이나 늘었다. 신종플루 예방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느냐는 문의도 이어졌다. 이 의원 관계자는 “예방접종에 대해 정부 지침이 제대로 내려오지 않아 백신 가격이 얼마인지, 언제부터 접종할 수 있는지 우리도 몰라 답답하다”고 밝혔다.
신종플루 진료 환자가 급증하면서 확진 검사 수요도 폭주하고 있다. 주요 5개 수탁검사기관에 따르면 지난 23∼24일 이후 신종플루를 확진하는 아르티피시아르(RT-PCR) 유전자검사 의뢰가 이전에 비해 많게는 10배가량 급증했다.
A검사기관은 평소 500∼800건이던 검사건수가 확진환자 5명이 사망한 26일 1만건으로 뛰었다. 기관 관계자는 “확진 검사를 할 수 있는 한계치에 다다랐다. 앞으로 환자가 더 늘어날 텐데 지금 같은 확진 검사로는 수요를 따라갈 수 없다”며 “임상적 판단에 따라 치료제를 투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선 신종플루 확진검사 비용이 부담된다고 지적했다. 강남구 S병원에서 만난 심모(36·여)씨는 “딸이 신종플루에 감염돼 나도 옮았다. 딸과 내 검사비만 13만원을 냈다”면서도 “예전에 비하면 가격이 낮아졌다지만, 신종플루에 한 번 걸리면 온 가족에 전염돼 검사받아야 하는 일이 많다. 우리도 남편과 나, 딸을 합치면 검사비만 20만원에 가까워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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