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 눈에 비치는 중국에 대한 두려움 내지 적개심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팽창하는 ‘중국의 힘’에 대해 한국인보다 일본인들이 훨씬 더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게 요즘의 현상이다. 도쿄에서 자주 만나는 일본 외교관들과 정부 관리들은 한국 언론사 특파원들을 만나면 으레 “지리적으로 나 정치체제적으로 보다 가까운 일본과 한국은 중국에 맞서기 위해 전략적 동맹을 맺어야한다”면서 호소하곤 한다. 그러나 이런 호소들은 지금 ‘한국에서 인도’로 바뀌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풀이하고 있다.
지난 4일 미국 시사 주간 ‘월드폴리시 저널’은 “인도는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일본을 아군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제하의 기사를 내면서 동북아시아의 세력 변화를 예리하게 분석하고 있다. 잡지는 특히 일본이 중국에 맞서기 위해 한국을 중요시해왔으나 앞으로는 인도와 군사적 협력을 포함한 ‘대중국 전략’을 논의하는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전재한 일본의 ‘주간 세계’와 ‘사피오’ 등 보수 성향의 시사 잡지들은 지난주말 “한국의 미지근한 태도에 일본이 크게 실망하고 있으며 중국에 대적하기 위해 다른 협력국을 찾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일본 네티즌들은 한술 더떠 “허울좋은 한·중·일 전략 논의를 버리고 보다 근면하고 성실한 인도와 손잡으라”는 주문을 내놓고 있다. 이들은 “중국은 지난달 달라이 라마가 인도 고위 관리와 함께 일본을 방문을 것을 두고 매우 분개하고 있으며, 조만간 일본은 중국과 국제 회의에서 일전을 벌일 각오를 해야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인도 마드라스 기독교 대학의 로렌스 프라하카르(Lawrence Prabhakar) 부교수는 월드폴리시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인도의 핵무장을 경계하면서도 양국은 전략적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과 인도는 지난해 기준으로 교역액이 130억 달러에 달했다. 교역액 증가율은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인데 이제는 군사적 동맹까지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게 일본 외교정책당국자들의 최근 동향이라고 일본 잡지들은 전했다. 일본은 현재 동북아시아에서 ‘동맹자’를 절실하게 찾고있는 것 같다. 한국은 어딘가 미심쩍다는게 일본 당국자들의 생각이다.
‘G2(미국과 중국)’도 그렇고 ‘G20’에서도 일본은 중국세 밀리고 있는게 지금 펼쳐지고 있는 동아시아의 정치 지형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 인도는 중국과 1만 2000km의 국경을 맞대고 있으면서 중국과 끊임없이 크고 작은 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향후 일본과 인도는 상호 보완하는 측면에서 군사 전략적 협력 관계를 깊숙히 할 것이라고 일본 잡지들은 풀이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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