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하늘 찌르는 건설 비리와 ‘꼬리 자르기식’ 처벌

정부와 지자체가 발주하는 관급공사 수주를 둘러싼 건설 비리가 하늘을 찌를 지경이다. 경찰은 금호건설과 동부건설이 파주 교하 신도시 복합커뮤니티센터 공사 등을 낙찰받는 과정에서 대규모 비리가 저질러진 사실을 적발했다. 비리에 연루된 사람은 43명에 이른다. 이들 중에는 공무원, 공기업 임직원, 교수, 심지어 현역 군인까지 포함되어 있다.

뇌물을 주고 공사를 따내거나 담합을 통해 낙찰받는 비리는 적발된 것만도 부지기수다. 비리에 연루된 자를 처벌하지만 비리는 끊이질 않는다. 이번에 적발된 금호건설과 동부건설의 비리는 입찰 비리가 얼마나 심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검은 로비’는 전방위적이다. 낙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많은 사람이 뇌물과 접대를 받아들였다. 상황이 이 지경이니 선진국 문턱에 이르렀다는 우리 사회는 아직도 ‘뇌물공화국’이라는 말을 듣는다.

나라 경제를 좀먹는 건설 비리는 철저히 뿌리뽑아야 한다. 관급 공사에서 뇌물을 주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국민의 혈세를 가로채는 것에 다름 아니다. 지자체에서 발주하는 공사에서 뇌물자금이 공사비의 20∼25% 정도라니 뇌물비리만 차단하면 그만큼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꼬리 자르기식’ 처벌에 그쳐서는 유사사건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하급 담당 공무원과 건설업체의 담당자, 평가위원들만 처벌을 받았다. 거액의 로비 뭉칫돈을 결재하는 자리에 있는 몸통은 법망을 피해 가고 있다. 입이 아프게 하는 이야기이지만 뇌물을 준 기업에 대해서는 법을 개정해서라도 모든 정부 발주공사 수주를 금지하는 특단의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그래야 독버섯처럼 만연하는 건설 비리를 뿌리뽑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