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 자료·증거로 역동적으로 풀어헤쳐 대륙에 서다 -2천년 중국 역사 속으로 뛰어든 한국인들/최진열 지음/미지북스/1만5000원
최진열 지음/미지북스/1만5000원 |
‘대륙에 서다’는 중국 한나라에서 청나라 시대까지, 즉 고구려에서 조선시대까지 2000년 동안 한반도와 만주, 중국과 인도, 중앙아시아에서 치열하게 살다간 불굴의 우리 선조들을 엄선하여 엮은 열전(列傳)이다.
중국 고중세사와 한국 고대사, 한중 관계사에 천착하고 있는 저자는 북위 황실과 몽골 제국의 중앙 정치를 뒤흔든 황후 고조영과 고영에서부터, 중앙아시아를 호령하던 위대한 장군 고선지·흑치상지, 동아시아 바다를 주름잡은 당나라 용병 장보고, 중국 한복판에 독립 왕국을 세웠던 군벌, 백척간두의 조국을 구한 역관(譯官) 홍순언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주인공들을 엄격한 고증을 거쳐 생생한 필치로 되살려 놓았다.
저자는 또한 1980년대 재야 학계를 중심으로 고구려와 백제가 중국 본토에 식민지를 건설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역사학계의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는 ‘한민족의 대륙 지배설’에 대해서도 민족주의적 감정에 부화뇌동하지 않고, 객관적인 자료와 여러 증거를 가지고 신중하면서도 역동적으로 풀어헤친다. 주류 사학자로서는 적잖은 용기가 필요한 연구 성과다.
◇최진열 박사 |
9세기 일본인들을 공포에 떨게 한 신라 해적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다. 흉포한 왜구(倭寇)가 존재하기 전에 ‘신라구(新羅寇)’가 먼저 있었다는 주장이다. 임진왜란 때 조선에 파견된 명나라 장군 이여송의 몸에도 조선인의 피가 흐른다고.
책은 이처럼 이역만리 중국에서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위업을 성취한 사람에서부터 일신의 안위를 위해 조국을 판 사람까지 우리 역사에서 잊혀졌던, 때로는 비극적이고 때로는 희극적이었던 선조들의 다채로운 모습을 복원하고 있어 역사를 뒤집어 읽는 쏠쏠한 재미를 준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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