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점검·대응책 사전 준비를 40년 후의 한국에 대해서는 두 가지 극단적 평가가 존재한다. 하나는 미국과 1, 2위를 다투는 세계 최강국으로 올라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선진국으로 도약하지 못하고 하위권으로 떨어지리라는 평가다.
조동성 서울대 교수·경영학 |
비관적 평가도 만만치 않다. 골드만삭스가 2009년에는 정반대의 전망을 내렸다. 한국이 현재 15위에서 2050년에는 인도네시아, 터키, 필리핀에도 밀려 19위로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또, 여러 연구기관에서 한국이 인구 감소와 고령사회 진입, 높은 세금, 반기업적 규제와 같은 사회구조로 인해 성장동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경기만을 보면 낙관론이 우세하다. 삼성, 엘지,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는 밝은 소식이 연일 해외에서 날아들고, 저평가된 환율 때문에 3월 수출은 376억달러로 사상 최고실적을 올렸다. 해외 자금 역시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요즘과 비슷한 호경기를 1974∼78년에 경험했다. 당시 선진국들은 1973년 제1차 오일쇼크로 휘청거리고 있었다. 반면 한국은 해외건설을 통해 중동 오일달러를 국내로 들여오고 철강, 조선, 전자산업 투자를 과감히 시도했다. 종합상사들이 앞다투어 해외 현지법인에서 차관을 확보해 국내로 반입한 결과 증시는 달아오르고 부동산경기도 활짝 피었다. 그 결과 1970년대 중반에서 후반까지 한국경제는 연평균 36%의 수출 성장률과 9%대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경험하면서 후진국에서 개도국으로 화려하게 부상했다.
장밋빛 환상에 젖어 있던 우리 경제는 경기가 위축될 경우에 대비한 안전장치를 소홀히 한 결과 1979년 초 제2차 오일쇼크가 터졌을 때 4월 부마사태에서 10월 박정희 대통령 시해, 12월 전두환 장군의 쿠데타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재앙을 맞이했다. 1980년 경제 성장률은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쳤다. 반면 1973년 1차 오일쇼크에서 심각한 경기침체를 경험했던 선진국들은 1970년대 내내 위기관리를 한 결과 제2차 오일쇼크를 별 피해 없이 극복했다.
위기가 호기로 변하고 그 호기가 다시 위기가 되는 상황을 ‘새옹지마’라고 한다. 이 표현은 나쁜 일 다음에 좋은 일이 따른다는 낙관적 운명론을 믿으라는 뜻이 아니다. 호기가 위기로 변하기 전에 사전준비를 통해 위기가 생기지 않도록 준비하라는 것이다. “제때의 바늘 한 땀이 아홉 땀의 수고를 던다”는 영어 속담처럼 지금 할 일이 있다. 그것은 철저한 위기 관리다. 미래에 나타날 수많은 변화 중에서 우리 목을 겨누는 칼 같은 상황을 예상해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그중에서도 발생 가능성이 크면서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이슈를 중점 관리해야 한다. 이러한 이슈로는 국내 환율 대폭 평가절상, 중국 부동산 버블 붕괴로 인한 경제 급락과 불황, 일본 경제의 끝없는 추락, 세계 시장 주도국들의 보호무역정책 강화,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신상 변동, 천안호 침몰과 같은 국가안보 문제, 신종플루 같은 보건위생 허점, 공직자들의 대형비리 등 끝이 없을 정도로 많다. 국민, 정부, 사회 조직은 이러한 위기를 철저하게 점검하고 대응책을 사전에 마련해 위기가 나타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사고 난 후 목숨을 걸고 이를 해결하는 사람이 영웅이라면, 사고를 예방하는 위기관리자는 위인이다.
서울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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