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선 취직 ‘별따기’… 먹고살기 위해 외국行
‘60대 황혼기’라는 말이 사라진 지 오래됐다.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으로 자기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노인이 꾸준히 늘고 있다. 집안일만 도맡은 60대 주부들도 제2인생을 위해 새로운 일을 찾아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은발의 청춘’들은 해외로까지 눈을 돌리고 있다. 어떤 사람은 ‘먹고살기 위해’, 어떤 사람은 ‘새 삶을 개척하는 계기를 위해’ 나선 도전이다.
◆고령자 해외취업, 희망과 절망의 교차=전명수(63·여)씨는 예순이 넘기까지 전업주부로 생활했다. 60대를 맞아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라는 고민이 물밀처럼 밀려왔다. ‘앞으로 뭘 하면서 살아야 하나’라는 고민이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남편의 퇴직연금 등으로 경제적인 여유는 있었다. 그러나 뭐든 해야겠다는 생각이 그를 각종 교육프로그램으로 이끌었다. 해외취업이 되면 프랜차이즈 공부를 해 사업해 보거나 관련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각오도 다졌다.
결국 한국산업인력공단의 ‘고령자 해외취업 프로그램’에 지원한 전씨는 18일 “나의 열정을 살릴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는 “옛날처럼 노인정이나 가고 손자들이나 돌보며 뒷방 늙은이가 되고 싶지 않았다”며 “가족들도 ‘엄마가 칼을 뽑았다’며 응원하는 분위기”라고 즐거워했다.
이와 달리 김인태(67·가명)씨에게 해외취업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반도체 제조 분야에서 30년 정도 근무한 김씨는 6년여 전 퇴직한 뒤에도 일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늦은 나이에 낳은 자녀들이 학생인 탓이다. 나이든 그를 받아주는 회사는 없었다. 그 사이 벌어둔 돈을 거의 까먹었다. 이제 해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김씨는 “최근 몇 년간 집을 줄여 마련한 돈으로 살았다”며 “100번 넘게 이력서를 냈지만 취직은 되지 않더라”고 토로했다. 그는 “1년 정도 외국에서 일하며 허리띠를 졸라매면 돌아올 수 있지 않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넘지 못하는 장벽, ‘나이’=전씨와 김씨가 해외취업을 알아보는 이유는 다르지만 둘 다 가능하면 국내에서 일하고 싶다는 마음은 같다. 특히 김씨는 “해외 취업이 결정되면 혼자 나가야 한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곳에 가고 싶겠냐”며 “그곳에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각오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노인들에게 국내 취업은 높은 벽이다. 김씨는 “젊은층 실업이 심각하다 보니 노인 취업은 뒷전으로 밀리는 것 같다. 항상 나이 때문에 일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전씨도 “교육받겠다고 하면 ‘(공부한 게) 기억이나 나겠냐’는 말을 듣기가 십상”이라며 “노인을 위한 일자리 정보를 한곳에 모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다양한 전달 통로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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