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뒤셀도르프 국제공항을 비롯한 독일의 8개 공항이 생물을 이용해 공항 주변의 공기 오염도를 측정하는 색다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공항 주변에서 키우는 벌이 모아온 꿀의 오염도를 측정해 공기가 얼마나 깨끗한지를 파악한다는 것이다.
뒤셀도르프 공항은 이달 초 근방에서 키우는 벌 약 20만 마리가 모아온 꿀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오염도가 기준치를 크게 밑돌았다고 밝혔다. 실험을 담당한 피터 넨겔켄은 “실험 결과를 보면 공항 내부와 주변의 공기 질이 아주 좋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공항은 2006년부터 벌을 이용해 공기오염을 측정해왔다.
생명체로 환경오염 정도를 측정하는 방식은 전통적인 오염 측정 방식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의 유용성을 갖는다. 공항협회의 환경공학자 마틴 분코프스키는 “생명체를 활용한 분석 결과는 대중이 이해하기가 쉬워서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공항들로부터 채취한 꿀 시료를 검사하는 화학자 볼커 리비그는 “벌꿀 오염 측정이 실험실에서 하지 못하는 특정 탄화수소나 중금속 관련 실험결과를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벌을 이용한 공기오염 검사는 확실한 결과가 나오려면 많은 자료 분석이 필요하다. 플로리다 대학 꿀벌 연구소의 제이미 엘리스 조교수는 “벌을 생물학적 환경지표로 활용하는 작업은 이제 막 시작된 연구일 뿐”이라면서 “지금 단계에서 연구 결과를 실생활에 바로 적용하는 것은 이르다”고 말했다.
현재 곤충을 활용해 수질을 측정하는 방법 등 유사한 연구는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과거 석탄광에서 나오는 독가스를 미리 탐지하기 위해 조류인 카나리아를 활용하기도 했다.
안석호 기자 sok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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